6년 유찰된 적십자 '면역검사시스템'…올해는 낙찰될까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5.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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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가격규격동등입찰 재개…11차례 유찰된 장비규격 조건 고수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대학로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혈의집 대학로센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2016년부터 올해까지 11차례 입찰공고를 내고 유찰된 대한적십자사의 면역검사시스템(혈액선별기) 입찰이 내달 재개된다. 일각에서 대한적십자사가 수년째 특정 외산업체에 유리한 규격을 고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미 혈액선별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존 외산 납품사들은 검사시약을 납품해 매출을 올리고 있어, 새로운 혈액선별기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대신 수년간 혈액선별기가 선정이 미뤄지면서 당국은 노후장비교체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오는 6월 네 가지 면역검사시스템 도입을 위한 혈액선별기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번 입찰공고는 면역검사 장비와 에이즈, C형간염, B형간염, 백혈병 등 4종의 바이러스를 검사할 수 있는 시약까지 묶음(패키지)을 일괄 구매하기 위한 사업으로 5년간 책정된 총 예산 규모는 546억원이다.



이번 입찰에는 지멘스 헬시니어스·LG화학 (439,000원 ▼1,000 -0.23%)·동아에스티 (74,100원 ▼700 -0.94%)·피씨엘 (1,458원 ▼83 -5.39%) 컨소시엄이 참여하며, 한국애보트와 로슈진단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내용만 보면 평범한 공공기관의 입찰 공고지만 이 사업은 2016년 면역검사시스템 교체 사업계획 수립 후 공정성 민원 등이 제기된가운데 6년째 입찰이 지연되고 있다.

공고 첫 해인 2016년에는 경쟁 입찰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네 차례의 입찰, 재입찰 공고가 모두 유찰됐으며 2018년에는 입찰 공고를 냈지만 한국애보트와의 가격 조정 과정에서 다시 유찰됐다. 2019년 입찰에선 한국애보트가 서류평가를 통과했으나 한국애보트 시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입찰 참여 장비용 허가를 받은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12월 다시 사전규격공고를 냈으나 적십자 측이 요청한 제안요청서의 장비 규격이 특정업체 장비와 동일하다는 업체들의 이의를 받아 2차 사전규격공고까지 다시 냈다. 이후 지난 4월 20일 적십자 측에서 가격규격동등입찰(최저가 경쟁입찰) 형태로 다시 제안을 넣은 상황이다.


혈액선별기는 통상적으로 시간당 선별가능한 검체건수 등으로 장비의 성능을 평가하지만 대한적십자사가 특정 규격을 선호하면서 해당 장비 입찰과 유찰이 지난 6년여간 반복돼 왔다는 것들이 업계 중론이다.

지난 6년간 면역검사시스템 장비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한적십자사에 기존 장비를 공급하던 기업들은 오히려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연스레 진단시약 납품기한을 연장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애보트 프리즘, 지멘스 비프리 등 해외 장비가 현재 대한적십자사 중앙(서울)과 중부(대전), 남부(부산) 등 3개 혈액검사센터에 설치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다시 면역검사시스템이 행정 상의 이유로 유찰되더라도 기존 장비 납품사들은 손해볼 것이 없다"며 "통상 대당 3억원 안팎인 면역검사시스템 장비의 경우 대형병원 등에 납품할 경우 장비는 무상으로 임대하고 시약 판매를 통해 납품기업이 수익을 회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면역검사시스템 시장은 통상적으로 기기를 한번 납품하면 전용 시약을 계약기간동안 독점 공급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급격하게 늘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입찰 공고 대상은 대형 혈액선별기 40대로 기존 노후화된 장비가 있던 대한적십자사혈액검사센터 3곳에 공급된다. 낙찰업체는 장비와 함께 최소 5년 이상 고위험군 바이러스 검사용 시약도 납품하게 된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장비의 경우 여러 회사의 시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놓은 반면 일부 해외기업의 경우 자사 장비에는 자사 진단시약만 사용이 가능하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신규 면역검사시스템 도입을 위해 2016년도부터 11차례에 걸쳐 입찰공고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최초부터 마지막 공고까지 주요 규격(검사처리속도 등)을 동일하게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규격 및 입찰 진행절차가 특정업체에 특혜라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제기가 있었고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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