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한 주 EU 27개 회원국에서는 일평균 300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투여됐다. 인구를 기준으로 값을 조정하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하루 접종량과 맞먹는다. 뉴욕타임스(NYT)는 "EU가 길고 느린 출발 이후 백신 접종에 속도가 나고 있다"면서 "몇 달 동안 백신 접종이 지지부진했던 이래 생긴 놀라운 변화"라고 전했다.

앞서 EU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1분기 기준 기존에 계약했던 백신 물량의 40%밖에 공급하지 못한다고 밝히자, 호주 등 역외에 수출을 하지 않겠다고까지 하면서 백신 사수에 안간힘을 써왔다. 그러다 AZ 백신 접종 후 혈전 형성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면서 가뜩이나 더뎠던 백신 캠페인에 일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EU는 화이자와 백신 18억회분 공급계약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고 이달초 계약을 최종 체결했다. EU가 이미 확보한 화이자 백신 6억회분에 추가되는 것으로,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위한 충분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18억회분은 4억5000만명의 EU 인구가 각 4회씩 접종할 수 있는 물량으로 2023년까지 받게 된다. 반면 9일 AP통신에 따르면 EU는 다음달 이후 AZ 백신을 추가 구매하지 않는다.

그리스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백신 접종증명서나 PCR 검사 결과를 가진 해외 관광객의 입국을 격리 없이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도 EU 차원의 결정을 압박하면서 6월부터는 해외 관광객들을 맞겠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도 이달 중순 야외 식당의 영업을 허용하고 6월 말까지 모든 봉쇄조치를 풀기로 했다. 벨기에는 인근 독일과 네덜란드에 대해 ' 48시간 이내의 제한적인 여행'을 최근 허용했다.
EU 차원의 백신여권 도입이 6월 이후로 미뤄지고 있지만 유럽 각국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체적인 출입국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관광 수입 비중이 큰 남부 유럽 국가들은 이번 휴가철 관광객을 받지 않으면 경제가 파탄날 것이라며 관광 재개에 적극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에게 6월 초까지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모든 여행객들에게 국경을 개방할 것을 권고했다. 기존에 EU가 여행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반영했던 국가별 코로나19 감염률 등과 별개로, 개별 백신 접종 상태에 따라 여행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관광산업을 되살리고, 국경을 초월한 우정에 다시 불을 지필 시간"이라면서 "백신 접종을 받은 방문객과 코로나19 상황이 좋은 나라들의 방문객을 다시 환영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U를 탈퇴한 영국은 오는 17일부터 일부 국가에 대해 격리 없는 해외 여행을 허용하고 실내 만남과 술집, 식당 등의 실내 영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격리 없는 여행 대상국은 이른바 '녹색 목록'에 포함된 나라들인데 포르투갈, 이스라엘,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아이슬란드 등 총 12개국이다.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지금까지 5300만회 이상 백신을 보급했다. 영국 성인 3분의 2 이상이 1차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집계된다.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 1월 코로나 확산 정점 당시 하루 5만명을 넘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최근 2000명 아래까지 내려왔다. 9일 신규 확진자 수는 1770명, 사망자는 2명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