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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백미경표 매운맛 치정극 탄생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5.1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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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월드' 재벌가 배경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물

'마인' 스틸컷, 사진제공=tvN'마인' 스틸컷, 사진제공=tvN




‘마인’이 매운맛 치정극을 예고하며 짙은 끝맛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어나더 월드’ 재벌가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며 또 하나의 웰메이드 미스터리물로 자리잡을 조짐이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마인’(극본 백미경, 연출 이나정)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다. 8일 첫 방송이 6.6%, 9일 2회 방영분이 6.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작 ‘빈센조’에 이어 무난한 첫 성적을 받아들었다. 복수극에서 치정극으로 바통을 이은 tvN의 도전적인 전략에 시청자들은 지루할 틈 없다.


재벌가 효원그룹을 배경으로 한 '마인'은 동서지간인 서희수(이보영), 정서현(김서형)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배경 출신이 다른 두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마저 다르다. 희수는 재벌가 입성 후에도 돈의 논리가 아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다. 반면에 본래 재벌가 출신인 서현은 남을 의식한 완벽주의를 지향하며 오차없는 인생을 살아가려 노력한다. 드라마는 상반된 두 캐릭터를 대조적으로 비추며 단순한 재벌가 치정극이 아닌 억압 속 달리 행동하는 두 여성의 태도를 통해 시사점을 남기려 한다. 표면적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나름의 서사가 풍요롭다. 입체감 있는 캐릭터와 이들의 입으로 전해지는 맛깔난 대사는 진한 맛을 낸다.




특히 '어나더 월드'를 외친 드라마의 주 동력원은 입을 벌어지게 하는 어마어마한 공간이다. 드라마는 초입부터 효원가의 대저택을 훑으며 차별적 공간을 통해 시청자들을 압도한다. 효원가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숨쉬는 공기마저 다르다. 무엇이든 최고급만 추구하는 효원가 사람들은 '의식주'를 통해 다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다름은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욕망들을 부여하며 시청자들마저 '어나더 월드'로 자신을 투영하게 한다.


'마인' 스틸컷, 사진제공=tvN'마인' 스틸컷, 사진제공=tvN
# 백미경표 맛깔나는 글맛&믿고 보는 배우들의 막강 시너지


엠마 수녀(예수정)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첫 장면은 백미경 작가의 전작 '품위있는 그녀'와 쏙 빼닮은 구조로 강렬하게 시작했다. 난간에서 떨어져 죽어있는 의문의 인물을 비춘 드라마는 서희수, 정서현, 강자경(옥자연), 정이서(김유연)까지 네 여인을 교차로 보여주며 '살인 사건'의 중심에 이들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곧이어 ‘사건 발생 60일 전’이란 문구로 평화롭던 대저택 효원가를 비췄고, 그곳에 존재하는 법도를 뒤흔든 두 여인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 서희수가 지내는 작은 집 루바토에 아들을 케어해 줄 프라이빗 튜터 강자경이 입성했고, 정서현이 있는 큰 저택 카덴차에는 젊은 메이드 김유연이 들어왔다. 묘한 눈빛을 한 두 이방인은 효원가 입성과 동시에 갈등을 빚는 행동으로 긴장감을 자아냈다.


모두가 잠든 밤 루바토를 자기집인냥 누빈 자경은 희수의 드레스를 제옷처럼 걸친 채 춤을 춘다. 다소 기괴하기까지 한 그의 욕망에 가득찬 모습은 지켜보는 이마저 긴장하게 만든다. 희수의 옷뿐 아니라 그의 아들과 남편까지 탐을 내는 그의 애욕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효원가를 집어삼킬듯 기세가 무섭다. 이서는 서현의 아들 한수혁(차학연)과 묘한 기류를 그렸다. 방을 바꿔 잔 두 사람은 빠르게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했고, 금세 사랑으로 발전될 뉘앙스를 풍겼다. 드라마는 단 2회 만에 주 갈등이 되는 소재를 빠르게 포용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마인' 스틸컷, 사진제공=tvN '마인' 스틸컷, 사진제공=tvN
특히 '마인'은 희수를 둘러싼 상황에서 백미경표 맛깔나는 말맛이 그려진다. "누군가는 용감하게 다른 걸 시도해야한다" "모든 혁명은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 "이 남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 온 몸이 방패가 되어서 날 막아주고 온 영혼이 검이되어서 날 위해 싸워줬다" 등 이보영의 입을 통해 나오는 대사들은 겹겹이 쌓인 그의 연기 내공과 함께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반면 서현은 말이 아닌 보다 과감한 설정으로 또 다른 흥밋거리를 안겨준다. 과거를 회상하는 서현의 시선은 한 여자에게 향해 있다. 여성을 사랑하는 본능을 억제하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인물이었던 것. 그런 서현의 짓눌린 삶은 김서형이라는 배우를 만나 더욱 밀도 높게 채워진다. 이 외에 박원숙, 박혁권, 김혜화 등의 역동성 넘치는 연기도 MSG 역할을 하며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최상류층을 다룬 드라마는 흥행을 보증하는 장르 중 하나다. 'SKY 캐슬'을 비롯해 '우아한 가' '펜트하우스' '부부의 세계' 등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를 잡으며 대중의 높은 관심을 실감하게 했다. '마인'은 이들보다 더욱 고차원적이다. 백미경 작가는 이미 한 차례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상류층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바 있다. '마인'을 통해 더욱 섬세한 캐릭터 묘사로 말맛까지 더한 모습이다. 타인의 삶을 관음하는 시대, 시청자들의 내재된 욕망을 제대로 자극할 드라마의 탄생이 아닐까 싶다.


한수진 기자 han199131@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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