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실적에 안주 말라" 석유화학업계 '탈탄소' 전환 잰걸음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5.0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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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열 때마다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국내 대표 석유화학 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배터리 소재, 재활용 소재 등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는데 쏟는다. 조만간 현실화할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지속가능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다.

막혔던 수요 폭증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신화 써내려간 韓 기업들
9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G화학 (373,000원 ▼8,500 -2.23%), 금호석유 (130,200원 ▲4,800 +3.83%)화학, SK케미칼 (57,500원 ▼600 -1.03%) 등이 모두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지난 7일 실적을 발표한 롯데케미칼 (100,400원 ▲300 +0.30%)도 시장 기대치를 훌쩍 웃돈데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한 분기 만에 벌어들였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과 사고 등 각종 악재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4% 늘어난 9조6500억원, 영업이익은 584.0% 늘어난 1조4081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이 분기 영업이익을 1조원 넘게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1.3% 늘어난 1조8545억원, 영업이익은 360.1% 늘어난 6125억원으로 197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케미도 매출액 3788억원, 영업이익 730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롯데케미칼도 실적이 급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5% 늘어난 4조1683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6238억원을 냈다. 특히 영업이익은 4000억원대 형성돼 있던 시장 기대치를 훌쩍 웃돌았다.

화학업계 전반이 경기 회복 기대감에 수요가 살아나고 있단 점이 호실적의 공통 배경으로 꼽혔다.

금호석유화학이나 SK케미칼은 각각 강점있는 제품 측면에서 방역용 장갑 등에 쓰이는 NB라텍스,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소재 코폴리에스터 등이 호조를 띈 것이 영향을 줬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화재로 멈췄던 충남 대산공장 가동 재개의 효과가 컸다.


호실적 기대감은 2분기까지도 이어질 조짐이다. 기업들의 재고 수준이 낮고 2분기 화학업계가 성수기를 맞는데다 전세계 백신 보급이 늘면 경기회복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안주할 시간이 없다…탈탄소 기업으로 전환에 '잰걸음'
"최고 실적에 안주 말라" 석유화학업계 '탈탄소' 전환 잰걸음
유례없는 호실적을 달성한 석유화학 기업들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친환경 사업 강화에 전력 질주한다는 방침이다.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속속 투자 계획을 공개하며 친환경 전환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LG화학은 첨단소재 사업부문을 통해 배터리 소재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양극재, 음극 바인더, 방열소재, 배터리 조립 소재 등이다. 조인트벤처(JV)나 M&A(인수합병)를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현재의 6~7배로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 5년 내 첨단소재사업의 매출 두 배 성장 등 구체적인 수치까지 들면서 청사진을 공유했다. 친환경 전환을 향한 내부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화학은 '서스테이너빌리티(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제품군에 대한 질문을 받고 "폐기물 이슈에 대응한 리사이클 소재, 바이오 소재, 태양광 배터리 관련 소재를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4년 내 태양광 배터리 포함 전체 관련된 매출 규모는 '조 단위'로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이밖에 생분해성 물질 개발은 물론 폐식용유 등 재생 가능한 식물성 원료로 생산하는 바이오 밸런스 제품에도 투자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은 전체 매출의 최대 비중(37%)을 차지하는 친환경 고기능성 수지 코폴리에스터 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바이오 리사이클 솔루션 비전도 제시했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적용한 플라스틱 소재 '에코트리아 CR'에 대해 현재 설비 보강 및 사업화 준비 중으로 올해 3분기 내 상용화 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투명한 외관, 내화학성 등이 특징인데 화장품 용기 등으로 쓰일 수 있다.

또 친환경 바이오 폴리올(PO3G) 생산설비를 연내 완공하고 내년 1분기 내 국내 최초로 상업 생산한단 계획이다. PO3G는 옥수수 등 100% 바이오 원료 기반으로 운동화, 스판덱스 등에 쓰이는 소재다. 기존 폴리올 대비 온실가스 발생이 40% 적다.

금호석유화학도 주력 사업부 수익성 기반으로 새 수익모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지가 배터리용 탄소나노튜브(CNT) 소재를 개발하고 상업화에 성공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품질관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 금호피앤비화학은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날개) 및 수소전기차에 쓰일 소재 에폭시 제품 경쟁력을 강화키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월 화학BU를 중심으로 발표한 '그린프로미스 2030' 선언을 기반으로 친환경사업 강화 방향성을 거듭 강조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현재 실현가능성이 높은 투자는 케미칼 리사이클 PET, (탄소 포집 활용을 위해) 현재 실증사업 중인 이산화탄소 분리막, 2차전지 전해질 사업 등"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이 높은 전기차 소재, 수소 사업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여수공장 PET 생산능력이 연 7만톤 규모인데 2030년까지 이를 모두 바이오 PET로 전환할 것"이라며 "화학적 재활용 제품도 34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존 설비 등을) 전환할 예정인데 올 상반기 안에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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