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투쟁 일변도였던 현대차 노사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9월 11년만에 임금(기본급)을 동결하고 매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반복됐던 파업없이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내면서다.
코로나19 '전사적 위기' 앞에 노사 합심…노조 지도부 "총파업 벌인다면 노조 사회적 고립 고착화될 것"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아이오닉일렉트릭 의장라인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노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늦게 교섭을 시작했으나 역대 두 번째로 짧은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노사 양측 모두 투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가결을 장담하지 못했던 걸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2020년 10월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이후 현대차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사장, 이상수 노조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현대차 사장, 이원희 전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차 사장./사진제공=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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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협상 타결 후 2개월 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상수 현대차지부장과 오찬을 갖고 '발전적 노사 관계'를 위한 협력 방안을 격의없이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만족이 회사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또 그는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며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장 동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 역시 이에 화답했다. 이 지부장은 "품질문제에 있어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답했다.
노사가 단합하자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낸 현대차·기아…당기순이익 각각 175.4%, 289.2%↑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 1분기 매출액이 43조97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2조7330억원, 2조5572억원으로 각각 108.9%, 212.4% 급증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및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등 고부가 차량과 각 브랜드별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난 총 100만281대의 신차를 팔았다. 지난해 1분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 판매 및 수출 부진 여파로 9년여만에 처음으로 분기판매 100만대를 하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내수시장 선전이 눈에 띈다. 같은 기간 판매량이 해외(81만4868대)에선 9.5% 늘어났지만 내수(총 18만5413대)에선 16.6% 증가했다.
올해도 '무분규' 이어질까…임금 동결 보상 요구와 MZ세대 위주 사무·연구직 노조 '변수'
지난달 26일 김건우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위원장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며 출범을 공식화했다./사진제공=현대차 사무연구직 임시노조
현대차 노조는 오는 12~14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 뒤 이번달 말이나 다음달 초 사측과 상견례를 열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일자리 지키기와 임금 인상 및 성과금 지급 등을 교섭 테이블에 올려놓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달 29일 공식 출범한 사무·연구직 노조는 올 교섭 참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관계법에 따르면 복수노조일 때는 노조 측은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할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일화 과정에서 노조가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가진 쪽이 교섭대표 노조가 된다.
생산·기술직 위주의 기존 현대차 노조 지부는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으로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합의안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노조가 생산·기술직 중심으로 교섭을 이끌어왔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거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처음 겪으면서 현대차 노사가 '윈-윈'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올해는 그 모습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있는 만큼 협력적 노사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면 역대급 실적을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