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전두환 내일 항소심 첫 재판…쟁점은?

뉴스1 제공 2021.05.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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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 8월·집유 2년…5개월여 만에 항소심
전씨 측 '사실 오인' 주장…내일 재판 불출석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3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0.11.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3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0.11.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광주=뉴스1) 고귀한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항소심 첫 재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재근)는 10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전씨의 항소심 첫 재판을 연다.



하지만 전씨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전망이다.

전씨 측은 당초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에 당연히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인 이순자씨를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처음에는 항소심도 1심에 준용해서 재판하므로 당연히 출석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항소심에는 출석없이 판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전씨는 출석하지 않고, 저만 재판에 출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씨 측은 고령에 따른 건강 등의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 '혼돈의 시대'에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이런 전씨를 2017년 4월 고발했다.

검찰은 헬기사격의 목격자에 대한 진술을 청취하고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의 자료 검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탄흔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전씨는 2018년 5월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숱한 이유로 공판은 지연됐다.

전씨는 광주가 아닌 서울지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관할 이전 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광주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전씨의 재판부 이송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로도 전씨 측은 기일 연기 신청을 하거나 알츠하이머와 고령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공판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2018년 8월27일 1차 공판이 열렸지만 공판 시작 후에도 전씨 측은 관할이전 신청 기각에 항고했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전씨의 형사재판 관할이전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관할 이전과 기일 연기 신청,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을 불출석하던 전씨는 결국 구인장을 발부한 후인 2019년 3월에서야 광주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

이날 전씨는 법원에 출석하며 "발포명령 부인하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 왜이래"라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 재판 중에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 입증의 쟁점은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숨진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다. 이에 재판에서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진위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다.

전씨는 재판에 출석해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헬기 사격 여부에 증인들의 증언은 엇갈렸다.

광주기독병원 실습생, 전남대병원 간호사 등 헬기 사격을 목격한 시민, 고 조비오 신부와 함께 헬기 사격을 목격한 천주교 신도와 시민군 상황실장 박남선씨도 헬기 사격을 증언했다.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와 전교사 보급지원현황 자료 등 기총소사를 입증할 군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광주 전일빌딩에 남겨진 탄흔을 감정한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실장과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도 헬기 사격 증언에 힘을 더했다.

반면 전씨 측이 요청한 육군 항공대 제1항공여단장 송진원 전 준장, 506항공대 대대장, 부조종사, 광주에 투입됐던 11공수특전여단 중대장, 육군 1항공여단 500MD 헬기 조종사 등도 재판에 출석해 증언했다.

당시 군인 신분이었던 이들은 "무장 지시는 있었지만, 실제 사격은 없었다"며 일제히 헬기 사격을 부인했다.

전씨는 지난해 4월 열린 12차 공판에 출석하며 두 번째로 광주 재판에 출석했다. 당시에도 전씨는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16차, 17차 공판에서도 김성 5·18 특조위 부위원장이 광주 전일빌딩, 광주천, 조선대 뒷산 등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특조위 조사 내용을 진술했고,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 등은 "육군본부 차원에서 사격 작전 지침 내린 적이 없다"고 맞섰다.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재판장도 두 번이나 바뀌었다.

2019년 2월 법원 정기 인사로 재판장이 한차례 교체됐고 2020년 1월에는 총선 출마를 이유로 당시 부장판사가 사직해 두 차례 재판부가 변경됐다.

우려곡절 끝에 2년6개월간 진행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의 1심은 지난해 11월30일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1심 재판부는 전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1980년 5월21일 광주 불로동과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고 조비오 신부의 일관된 증언을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고 조비오 신부)는 사망할 때까지 500MD 헬기에서 사격이 있었고 호남동 성당에서 목격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며 조 신부가 95년 검찰 진술 당시 그린 500MD 헬기 그림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조 신부는 당시 500MD를 정확하게 그렸고, 헬기 왼쪽에 장착된 기관총을 오른쪽에 그리긴 했지만 잘못된 건 아니다"고 판단했다.

조비오 신부를 제외한 16명의 관련자 진술에서도 8명의 증언은 객관적으로 증명됐다고 봤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인들 진술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501항공대 500MD 부조종사는 정찰 중 '광주공항에 한번 위협사격을 하라'는 소리를 듣고 '명령권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니까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며 "20㎜와 7.62㎜탄이 연결돼 있다는 점도 500MD 헬기가 7.62㎜탄을 사격했다는 유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군 관련 자료도 헬기 사격의 근거로 인용됐다.

교훈집 내용, 항공고 임무에 '화력 제공', 공중사격지원을 오해할 수 있다고 지우라고 한 점, 불확실한 표적에 공중 사격 요청, 부마 사건 관련 기재, 높은 유류 소모율, 미대사관의 텔레그램 등이 헬기사격을 뒷받침한다고 해석했다.

검찰과 전씨 측은 원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전씨 측은 '사실오인이 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는 취지를 들어 각각 항소했다.

이후 전씨 측은 또다시 '서울에서 재판을 받고 싶다'며 대법원에 관할 이전 신청서를 냈지만, 대법원은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고, 광주고법은 전씨의 이전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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