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이 유령작사가와 유령작곡가의 실체를 밝혔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8일 오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K팝의 유령들 - 그 히트송은 누가 만들었는가' 편이 전해졌다. 대형기획사와 연루된 '유령작사가'의 정체, K팝 업계의 부조리한 관행 등을 추적했다.
한 익명의 제보자는 K팝 다수의 곡에서 고스트라이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일을 말하면 난 매장당할 것이다"라며 사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대부분의 작사학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익명의 제보자는 모 작사학원에 다녔다며 이번 논란이 자신이 다닌 작사학원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작사가들,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유명했다. 그 분의 이름이 들어간 곡을 들어보면 화려하다. 엑소, 레드벨벳, 강다니엘 곡에 참여한 것으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히트 작사가로 알려진 이는 A원장이었다. 제보자는 작사과정의 참여율이 적은 A원장이 수많은 노래에 메인 작사가인 마냥 이름을 올리고 수익을 가져갔다고 했다. 제보자는 "공동 작사라고 하면 고치는 것 가지고 지분을 가져간다. 솔직히 N분의 1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제보자는 "보통 원래대로는 글자수대로 수익을 나눠 가진다. 그런데 여기서는 무조건 N분의 1로 수익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그알'이 유령작사가와 유령작곡가의 실체를 밝혔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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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는 "다른 학원 같은 경우에는 가사 수익 지분을 7:3이나 6:4로 나눈다. 그런데 여기는 대표가 애초에 반을 떼가고 거기서 8:2로 지분을 나눈다"고 말했다.
그는 A원장이 없는 지분을 챙겨주는 것처럼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해서 SM(엔터테인먼트) 쪽에 알아봤다. 정말 지분이 없는데 나만 준 건지. 그런데 알아봤더니 A원장의 지분이 버젓이 8로 잡혀 있더라"고 했다. A원장은 95%의 가사를 쓴 제보자보다 3배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었다. A원장은 정확히 어느 부분의 가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알'은 A원장은 SM엔터테인먼트의 A&R 담당 B씨와 유착 관계가 있는 것으로 봤다.
A원장은 B씨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자신이 참여했다고 언질을 주는 가사가 유명 가수의 노래에 채택되도록 했다. 학원생들은 애초에 합격자가 정해진 게 아니냐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A원장은 자신이 B씨에게 가사 청탁을 한 적이 없다며 SM엔터테인먼트의 유령작사가 C씨가 B씨의 아내라고 설명했다. B씨는 아내 C씨를 자신이 담당한 유명 아티스트 노래 다수에 저작권을 등록했다는 것.
이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는 "당사는 최근 예명의 작사가가 B씨의 아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B씨가 해당 가사의 선정에 참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당사는 B씨가 지인(가족)이 작사가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회사에 고지하지 않은 점에 대해 책임을 물어 유닛장 직책을 박탈하고 중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일 언론에도 공식입장을 내고 "최근 해당 직원의 부적절한 업무 진행이 확인돼 이와 관련해 징계 조치했다"라고 전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곡들에 자신의 아내가 쓴 가사를 회사 모르게 채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음악 업계에서는 유령작사가뿐만 아니라 유령작곡가도 존재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해당 가수와 팬들의 몫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폭로하는 순간, 업계에서 매장 또는 퇴출 수순을 밟아야 하는 현실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