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매출액 1500배 뛴 피씨엘 "올해 수출목표 1000억원"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1.05.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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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대표 "PCR검사로는 '숨은 감염자' 찾기 한계…자가검사키트 허가 늘려야"

김소연 피씨엘 대표/사진제공=피씨엘김소연 피씨엘 대표/사진제공=피씨엘


"PCR(유전자 증폭) 검사가 신속 항원·항체 자가검사키트보다 정확성은 높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일 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닙니다. 하루 최대 검사건수가 20만건 정도인데 매일 검사를 한다고 해서 숨은 코로나19(COVID-19) 감염자나 수퍼전파자를 전부 걸러낼 수는 없거든요."

김소연 피씨엘 (1,207원 ▼18 -1.47%)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오스트리아 부르켄란트주의 경우 지난해부터 피씨엘의 신속항원키트를 코로나19 확진자를 찾아내는데 적극 활용해 일일 확진자수가 감소했다"며 "이 지역은 지난 4월 타 지역에 비해 '락다운'(봉쇄)을 조기에 해제하는 등 방역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피씨엘은 지난해 12월부터 오스트리아 부르켄란트주 정부에 30만개 넘게 신속 항원검사키트를 공급했다. 오스트리아 교육부에선 피씨엘 제품만을 우수조달제품으로 선정해 교육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오스트리아·파키스탄에 이어 독일 승인기관인 'Bfarm'에서도 일반인용 자가테스트로 허가를 받았다. 일반인용 허가를 받으면 약국 뿐 아니라 일반 마트 및 홈쇼핑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김 대표는 "신속 검사키트의 경우 PCR 검사 대비 바이러스 양이 낮을 경우 위음성(가짜음성)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만 위양성(가짜양성)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음성의 경우 무증상자이거나 바이러스 생성율이 낮아 전파력이 높지 않다"며 "신속 자가검사키트 보급을 늘려 '수퍼전파자'가 될 수 있는 양성 확진자를 빨리 찾아내고 접촉자를 대상으로는 PCR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역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피씨엘은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김소연 대표가 단백질 고정화 기술에 관한 논문을 연달아 해외저널에 게재한 뒤 직접 상용화를 결심하고 창업한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문기업이다. 2017년 9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피씨엘의 최근 2년간 사업행보는 마치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하고 준비했던 것처럼 딱 맞아 떨어졌다. 피씨엘이 2020년 2월부터 시장에 출시한 코로나19 진단 제품은 항원키트 3개, 항체키트 4개, PCR키트 5개 등 총 12개나 된다.

피씨엘은 2019년부터 본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그 전해까지 진행하던 각종 외부 용역이나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그 결과 2019년 매출액 3600만원, 영업손실 64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전혀 다른 회사가 됐다. 피씨엘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의 약 1492배인 5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257억원을 냈다.


김 대표는 "2017년까지 국내 연구소나 글로벌 제약사의 CRO(위탁연구)로 매출을 내고 있었다"며 "그러나 한정된 연구인력으로 외부 서비스를 진행하다 보니 본사업 진행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부터 과감히 외부 서비스를 중단하고 본업에 집중하고 2019년 10월에 100억원의 자금조달(60억원 전환사채 발행, 40억원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피씨엘 신속 항원 자가검사키트/사진제공=피씨엘피씨엘 신속 항원 자가검사키트/사진제공=피씨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한창 컸던 지난해 4~5월에는 직원 63명인 회사에 코로나19 신속 진단키트를 구해가려는 각국 대사 50여명이 진을 쳤다. 당시 신속 항원·항체 진단키트의 개당 단가는 30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엔 중국산 덤핑 제품들이 공급되며 개당 7달러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피씨엘은 현재 국내에 월 1100만개의 진단키트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데 이어 연내 모로코, 파키스탄, 아프리카 한 곳 등 총 세 개의 해외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공장은 현지에서 투자비를 부담하되 피씨엘이 장비·기술 등을 지원하고 판매액의 일정분을 피씨엘이 나눠받는 구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모로코 공장은 이미 준공을 마쳤으며 모로코 내 진단키트 독점판매권을 획득했다. 모로코에서 진단키트를 생산할 경우 아프리카·아랍에 의료기기를 공급할 때 붙는 19%의 세금이 면제되고 지리적으로 유럽과 가까워 제품 공급에도 이점이 있다.

김 대표는 "이미 독일·오스트리아에서 4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데 이어 네덜란드·스위스·덴마크 등에서도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승인기준이 나와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 수출만으로 매출액 1000억~15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년만에 매출액 1500배 뛴 피씨엘 "올해 수출목표 1000억원"
피씨엘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국내 매출액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피씨엘의 신속 항원 자가검사키트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앞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들과는 달리 타액(침)을 채취해 검사결과를 확인하는 제품에 대한 승인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반려되면서 심사순서가 후순위로 밀렸다. 현재 식약처 내 체외진단 기기 심사인력이 부족해 국내 허가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우리 제품은 현재 변이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핵산을 둘러싸 보호하는 단백질인 뉴클레오캡시드 단백질(NP)을 검출하기 때문에 변이바이러스 진단에도 용이하다"며 "임상 민감도(위음성) 94%, 임상 특이도(위양성) 99.99%로 10분만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허가를 받은 두 개 업체(SD바이오센서·휴마시스) 제품만으로는 대량생산이나 유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허가기관에서 해외 인증을 받은 제품이나 수출 허가를 받은 제품에 한해 좀 더 심사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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