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인 방송인 김어준씨는 7일 방송에서 청취율 1위 사실을 알린 뒤 보란듯이 록 포크 가수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를 오프닝 음악으로 깔았다.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란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다. 같은 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4.7 재보선 당시 뉴스공장의 야권 후보 의혹제기 방송과 관련해 격론을 벌인 끝에 경징계인 '행정지도'를 내리기로 했다.
TBS는 채널 점유율에서도 조사 대상 20개 채널 중 SBS파워FM(24.6%)에 이어 2위(14.3%)를 지켰다.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이번 청취율 조사는 지난달 6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만 13세부터 69세 라디오 청취자 300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다.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이하 중략~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다리 쭉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이하 생략'는 가사를 담은 노래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박형준 서울·부산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는 독립재단 TBS의 친여 성향과 김씨의 고액 출연료 등을 지적하는 야권의 공세와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쟁 프로그램과의 격차를 더 벌려 청취율 1위 자리를 수성한 만큼 고액 출연료 시비에 근거가 없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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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심위 격론 끝 5대4로 '행정지도'김씨는 노래가 끝난 뒤엔 "청취율이 더 올랐다. 유일한 두 자리 숫자는 여전하고 아침 7~9시까지 TBS 청취율이 전체 라디오의 대략 5분의 1이 된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놀라운 수치"라고 했다. 그런데 같은 날 선거방심위 심의에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행정지도(권고) 내리는 결론이 나왔다.
4·7 재보선 직전인 지난달 5일 방송에서 당시 오세훈·박형준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후보의 의혹을 제기하는 익명 제보자 인터뷰를 3건 연달아 방송한 것과 관련해서다. 국민의힘은 "우리 견해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가 참여하지 않은 채 검증되지 않은 익명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방송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는 이른바 '생태탕 사장님' 등 제보자 인터뷰 방송을 전후해 "오세훈·박형준 후보 쪽이 출연을 거부해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언제든 반론을 달라"고 했다.
선거방심위 위원들은 이날 TBS 관계자들을 불러 '의견진술' 절차를 거친 뒤 격론을 주고 받은 끝에 경징계에 해당하는 '행정지도'(권고)로 결정했다. 9명의 위원 중 4명이 중징계인 법정제재(경고·주의)가 필요하다고 했고, 동수인 4명은 경징계인 행정지도(권고·의견제시)나 문제없음 의견을 내 입장이 팽팽했다. 결국 조항제 위원장이 일부 위원들의 반대에도 "여러 입장에서 볼 때 '권고'(행정지도)로 정리하자"는 의견을 내면서 결론이 났다. 중징계는 아니지만 법정제재 의견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 경징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위의 '권고'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