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원료 캘 때도 환경파괴…SK이노가 찾은 '찐 친환경' 해법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5.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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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로'로 진화하는 그린뉴딜]<3>SK그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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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원료 캘 때도 환경파괴…SK이노가 찾은 '찐 친환경' 해법


"전기차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리튬, 코발트, 니켈과 같은 원료 채굴은 윤리적, 환경적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또 (내연기관차에 쓰인) 납축전지의 99%는 재활용되는 반면 리튬이온전지 배터리의 재활용률은 5% 미만이다"

지난 3일 세계경제포럼(WEF)은 홈페이지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고를 게재하며 "배터리 원료를 재활용해 순환 공급망을 만드는 것은 환경 오염을 줄이는데 필수"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자체가 배기가스를 줄이지만 정작 그 전기차를 작동시킬 배터리의 친환경성은 담보되지 않는 현실의 모순을 꼬집은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이용과정 뿐만 아니라 탄생~사후까지 전 생애에 걸쳐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나 중국은 관련 규제 마련에 나서는 등 관심도가 크다.

SK이노베이션은 일찌감치 배터리 단순 제조를 넘어 생산, 사용, 폐기 등 생애주기 모든 과정에서 친환경을 달성하는 한편 부가가치를 만들려는 노력에 착수했다.



2019년부터 'BaaS(Battery as a Service·서비스로서의 배터리)' 'Beyond Battery(전기차 배터리를 넘어선)' '5R(Repair·Rental·Recharge·Reuse·Recycling·수리·대여·재충전·재사용·재활용) 등의 전략들을 잇따라 내놓은 데서 오랜 고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노력은 선언에만 그치지 않았다. 해당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미국에서 인정받았다.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성 산하 아르곤 국립 연구소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금속 재활용 기술을 통해 배터리 원료 물질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자연에서 원료 물질 채굴 대체시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가 발생되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 핵심은 사용 후 배터리에서 회수된 리튬이 NCM811 등과 같이 하이니켈 양극재 제조에 직접 활용될 수 있도록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우선 추출한 후 NCM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리튬광산 채굴 대비 74%, 리튬호수 생산 대비 41%의 온실가스 발생량이 감소됐다.

배터리 생산 단계에서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려는 노력은 SK이노베이션에만 그치지 않고 전 계열사에 걸쳐 있다.

SKC의 동박제조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최근 말레이시아에 생산 거점을 마련, 2023년 상업 가동을 앞둔 해당 해외 법인이 업계 최초로 사용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즉 'RE100'의 완전 이행이다.

SK이노베이션의 분리막 자회사 SKIET도 최근 폴란드 현지 전력회사인 '타우론(Tauron)'으로부터 태양광, 풍력, 수력 등으로부터 생산한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부터 양산 가동에 들어가는 폴란드 분리막 공장에서는 친환경 전력이 사용된다. SKIET는 이미 올초부터 충북 증평, 청주 등 국내 전 사업장에서는 100% 친환경 전력을 도입해 사용중이었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은 이제 완성차 업체나 타 산업군과도 협력 사례를 늘리는 중이다.

지난달 말 SK이노베이션은 기아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에서 리튬을 포함한 금속을 회수해 친환경적 처리가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 가능성 및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기아가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성능평가를 통해 잔존성능이 우수한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이용하고 잔존성능이 낮으면 이를 분해해 SK이노베이션이 다시 배터리 핵심소재로 재활용하는 형태다.

지난달 말에는 SK렌터카와 손잡고 전기차 주행, 충전, 정차 등 모든 상황에서 배터리 상태 정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측정하는지 솔루션을 SK렌터카 장기 렌터카 전기차에 적용했다.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는 배터리 재활용도를 정확히 판단하는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뿐 아니라 이미 다수 완성차 업체들도 '찐(진짜)친환경'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비슷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BBC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독일 잘츠기터에 첫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파일럿 공장 가동에 돌입했는데 1년에 3600개의 배터리 시스템을 재활용하는 게 목표다. 일본 닛산도 '닛산 리프'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를 신차 생산에 재활용하는 작업을 추진중인가 하면 르노는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25% 선점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19년 15억달러(1조6000억원)에서 2030년 10억달러(19조7000억달러)로 1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측면에서나 원가 측면에서나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 모두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단순한 제조 뿐 아니라 재활용 등 배터리 전주기에 걸쳐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간 다양한 기술 협력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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