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정말 주식이 안좋았을까? 통계로 비교해 봤더니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1.05.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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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352>증시 격언과 통계 검증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5월엔 정말 주식이 안좋았을까? 통계로 비교해 봤더니


5월이 시작되면서 언론 등 대중매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증시 격언은 '5월에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다. 이 말은 5월은 주식투자 하기에 좋은 달이 아니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주식시장에는 '5월에 팔고 떠나라'와 같이 월이나 계절과 관련된 투자 격언이 많다. 예컨대 '1월 효과', '써머 랠리', '산타 랠리' 등이다. 지금까지 많은 재무학자들이 특정 계절이나 월에 따라 증시가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지를 검증했지만 '1월 효과'를 제외하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찾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도 '5월에 팔고 떠나라'는 격언은 5월이 오면 어김없이 언급된다. 재무학자들의 상반된 연구 결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를 믿으려 하고 또 실전에 이용하고 있다.



과거의 통계를 이용해 5월에 증시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려 애쓰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구글 검색에서 '주식투자 하기 가장 좋은 달'이라고 치면 수십 개에 달하는 분석 글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말이 나온 김에 2010~2020년 통계를 가지고 월별 증시 성적표를 직접 분석해보자. 분석 기간을 더 길게 하면 좋겠지만 현재 한국거래소의 정보 데이터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월별 증시 통계는 2009년까지만 가능하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의 5월 평균변동률은 -1.18%고 코스닥은 -0.26%다. 평균치만 놓고 보면 5월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손실을 기록한 달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월간 평균변동률을 계산한 후 최고 수익률을 1위, 최저를 12위로 놓았을 때 5월은 코스피가 11위, 코스닥이 9위에 해당했다. 월별 순위만 놓고 보면 5월은 되도록이면 주식투자를 피해야 하는 달이었다.

지난 11년간 5월에 코스피가 오른 횟수는 4번이고 하락한 횟수는 7번이었다. 코스닥은 오른 횟수가 5번, 하락 횟수가 6번이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5월에 하락한 경우가 더 많았음을 알 수 있다.

5월엔 정말 주식이 안좋았을까? 통계로 비교해 봤더니
미국 증시에서도 유사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10~2020년 동안 다우지수의 5월 평균변동률은 -1.21%, S&P500지수는 -0.71%, 그리고 나스닥지수는 0.27%였는데 미국 3대 지수 모두 5월 순위가 12위로 1~12월 가운데 맨 꼴찌였다. 한 마디로 주식투자를 하기에 제일 안 좋은 달이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6월 증시 성적은 어땠을까? 만약 5월에 증시가 안 좋았어도 6월에 반등한다면 5월은 싼 값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2010~2020년 동안 6월 코스피와 코스닥 평균변동률은 각각 -0.48%, -1.10%로 5월 성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월별 순위도 각각 10위와 11위로 5월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하락 횟수가 상승 횟수보다 많았다.

결과적으로 5~6월 두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 성적은 평균 -1.27%와 -1.13%로 손실을 기록했다. 5~6월 두 달 동안 하락 횟수는 상승 횟수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이는 5월 뿐만 아니라 6월도 주식투자 하기에 좋지 않은 달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증시는 6월의 평균변동률이 플러스를 기록하며 5월보다 나은 수치를 보였지만 상승률 순위는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 2010~2020년 데이터를 이용해 5~6월이 주식투자 하기에 좋은 달인지 검증해봤다. 그런데 분석기간을 확대하면 상이한 결과를 얻게 된다. 예컨대 분석기간을 1997년까지 늘리면 5월 평균변동률과 순위가 2010~2020년보다 향상된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상승 횟수는 늘고 하락 횟수가 줄어 서로 엇비슷해진다. 즉 분석기간을 1997년까지 늘려보면 5월의 증시 성적이 최하위권이 아닌 중위권에 머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변동은 미국 증시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이처럼 분석기간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은 '5월에 팔고 떠나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점을 말해준다. 따라서 '5월에 팔고 떠나라'라는 증시 격언을 맹신한다면 잘못된 투자 결정를 낳고 결과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통계학적으로 '5월에 팔고 떠나라'는 대표적인 표본추출편의(sample selection bias) 사례에 해당한다.

설령 특정한 연도에 그 격언이 맞았다 하더라도 그런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된다는 보장은 없다. '5월에 팔고 떠나라'는 증시 격언이 해마다 맞았다면 이를 이용하려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주식부자가 됐어야 했다. 또 이를 역이용하려는 또다른 투자자들도 역시 떼돈을 벌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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