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작은 2015년 케이뱅크가 1호 인터넷은행으로 허가를 받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당국은 ICT 기반의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면서 기존 금융기업의 질서에서 벗어난 '메기'의 등장을 유도했다. 이 때만 해도 금융지주사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의 아성을 위협한다. 특히 선두를 달리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 말 고객수 1360만명, 수신잔액은 23조5400억원을 확보했다. 3월 말 기준 1416만명, 수신잔고 25조3900억원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금융당국의 빅테크에 대한 느슨한 규제를 지적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해 왔던 금융그룹들은 이대로 가다가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은 어느새 절박한 현안이 됐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가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은 별도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운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예컨대 플랫폼에서 카카오의 절대적 우위와 브랜드 파워, 유저 중심의 직관적 앱과 ICT개발자들의 집적 등은 금융그룹이 쉽게 넘어서기 힘든 장벽이다. 게다가 금융이 아니라 'ICT 역량'이 핵심일 수밖에 없는 인터넷은행의 특성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 4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전체 직원 967명 중 개발자는 400명에 육박한다. 시중은행은 개발자들이 주류가 아니지만 카카오뱅크는 그들이 주류고 그들이 만들어낸 작은 혁신들의 성장의 원천이 돼 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싼 금리 외에 금융그룹 소속 인터넷전문은행이어야만 가능한 그 무엇을 갖춰야 한다. 카카오뱅크와 다른 '한방' 없이 모방전략을 취하는 것만으로는 '구색 갖추기' 이상을 할 수 없다. 자칫 인력 구조조정과 점포축소를 위한 수단이란 오해도 살 수 있다. 단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차별화된 혁신성을 겸비해야 금융당국이 라이센스를 줄 명분도 생긴다. 금융그룹 내 시중은행과 모바일뱅킹과 충돌을 피하면서 경쟁력도 높아진다. 관건은 무늬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니라 인터넷혁신은행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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