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실 4명이 동시 담배…'방역 비상' PC방 4곳 돌아보니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1.05.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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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강북구 소재 한 PC방 흡연실 앞에 '2인까지 이용가능'하다는 방역 수칙을 적은 공지가 붙어있다. /사진=강주헌 기자7일 서울 강북구 소재 한 PC방 흡연실 앞에 '2인까지 이용가능'하다는 방역 수칙을 적은 공지가 붙어있다. /사진=강주헌 기자


코로나19(COVID-19) 전국 일일 확진자 수가 500명 안팎을 이어가면서 재유행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가운데 PC방발 확진이 지속되고 있다. PC방은 공간 특성상 환기가 어렵고 좌석 간 거리두기도 미흡한데다 24시간 운영되고 있어 방역 취약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강북구 소재 PC방에서는 6명의 확진자가 추가돼 관련 확진자는 25명으로 늘어났다. 강남구에서도 PC방 관련 확진자가 26명이 나왔다.



전날 59일 만에 일일 최다 확진자수를 기록한 광주에서도 확진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원이나 PC방 등을 찾은 것으로 보고 집단 감염 위험이 큰 만큼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PC방은 좌석 간 거리두기가 미흡한 곳이다. 좌석마다 칸막이가 있지만 얼굴만 돌리면 옆 손님과 바로 맞닿아 거리가 1m도 채 안된다. 좁은 공간에 빼곡하게 PC를 설치한 구조 역시 방역을 취약하게 만들며, 환기도 어려운 편이다. 마스크를 벗어 비말이 공유될 가능성이 높은 흡연실 공동사용과 음식물 섭취도 문제로 꼽힌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역학조사에서 해당 PC방은 출입자 관리, 개별 칸막이 설치, 표면소독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자연환기가 어렵고 좌석 간 거리두기가 미흡했다. 이용자들은 PC방에서 장시간 머물며 음식을 먹고 흡연실 등을 공동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달 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3주간 연장했다. 수도권 PC방에 적용되는 방역조치는 △좌석 한 칸 띄우기(칸막이 있는 경우 제외) △음식 섭취 금지(칸막이 내에서 개별 섭취 시 제외, 물·무알콜 음료는 허용) 등이다.

실제 강북구·성북구·종로구 일대 PC방 4곳을 살펴보니 방역수칙 준수는 '중구난방'이었다. 출입자 명부 관리는 지켜도 흡연실 공동사용 문제가 미흡하거나 반대로 흡연실 인원 제한이 잘 지켜지는데 출입자 명부 관리에는 허술했다.


이날 오전 11시 방문한 강북구 소재 한 PC방은 흡연실은 2인까지만 이용하도록 제한했다. 손님들은 흡연실 안에 사람이 2인 이상 있으면 기다리면서 방역 수칙에 협조했다. PC방 직원들은 가게 통로를 지나며 수시로 마스크를 써달라고 손님들에게 요청했다.

다만 방문 손님에게 QR코드 체크를 하지 않았다. PC방 직원은 "130석 규모로 손님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고 이미 입장했다가 담배피러 나가는 손님 등 다양해 일일히 체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1시에 방문한 성북구 소재 한 PC방도 이용객에게 출입자 명부 작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출입문이 3곳이라 손님 입장이 자유로웠고 이를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흡연실도 동시에 2인까지 이용해줄 것을 공지했으나 4인이 한 번에 들어가기도 했고 가게 직원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종로구 소재 한 PC방은 이용객에 QR코드 체크를 요구하는 등 출입자 명부를 잘 관리하고 있었다. 다만 흡연실은 동시에 여러 명이 사용하는 등 관리가 미흡했다.

PC방 업계는 칸막이 설치 등 다른 시설과 비교해 방역에 취약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등은 PC방에는 '디귿' 모양의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옆 사람과의 차단이 다른 업종에 비해 용이하고 음식물을 먹을 때도 전부 개인 좌석에서 먹기 때문에 식당보다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업주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손님을 제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영업시간 제한이 없는 PC방에서는 음식 섭취가 가능한데 마스크를 벗는 이용객이 늘어날 경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당·카페에 들어갈 땐 마스크를 쓰지만 음식을 먹고 나서는 계속 벗는 경우가 많다"며 "과태료 등 불이익을 손님이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PC방 외에도 지역 감염은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주요 집단감염은 강북구 소재 노래연습장, 은평구 소재 종교시설(2021년 5월), 강남구 소재 학원, 관악구 소재 직장(2021년 4월), 중구 소재 직장(롯데백화점 본점) 등에서 발생했다.

서울 하루 확진자 수는 지난달 30일부터 195→182→127→184명 나흘 연속 100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4일부터 다시 238→212명으로 200명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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