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충돌시 대만이 가장 위험하다…굴욕사 해소 vs 필수거점 방어

뉴스1 제공 2021.05.0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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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공군 F-5E 전투기 © 뉴스1대만 공군 F-5E 전투기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최근 미국과 중국의 시선이 대만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동중국해의 작은 섬나라인 대만에서 군사적 분쟁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때부터 악화된 미·중 갈등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양국은 지정학적으로 떨어져 있을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직접적인 충돌을 하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직접적 갈등이 아닌 간접적 대립으로 표출되는 모습이다.



이에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꼽고 있는 대만에서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거부하는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과 이를 위협이라고 판단한 중국, 여기에 대만과 준수교관계를 유지 중인 미국의 태평양함대까지 가세하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현지시간) 대만을 미국과 중국의 가장 불안정한 이슈로 꼽았다. 양국은 대만을 실제로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미해결의 문제로 남기며 심각한 갈등을 피해왔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대만 해협에서 군사훈련을 벌이면서 더이상 심각한 문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 있어 대만은 아픈 손가락이다. 청나라 시기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했던 중국은 청일전쟁에서 패배하고 1895년 체결된 시모노세기 조약에 따라 일본에 대만을 할양했다. 이후 1945년까지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

1912년 중화민국 건국 이후 장제스가 이끌던 국민정부가 마오쩌둥으로 대표된 중국 공산당과 내전에서 패배한 후 대만으로 이전하면서 중국은 대만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왔다.

이에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대만통일'을 외쳐왔다.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서 대만 수복은 필수적이란 인식이 깔렸다. 중국이 최근 수차례 무력 사용을 언급하며서까지 대만 통일을 외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 있어 대만은 중국을 봉쇄하고 무역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거점이다.

비록 미국이 1979년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아래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했지만 미국은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을 통해 대만에 방어적 성격의 무기를 제공하는 등 준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대만도 미국의 군사·경제적 보호 아래 반도체와 기타 첨단 제품의 공급처로서 번창해 왔다.

미·중간 이런 입장 차이는 결국 '하나의 중국'을 용인하되 대만과 준수교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과, 대만과 미국의 비공식적 관계를 용인하지만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해서는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중국의 입장으로 대변됐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1일 (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11일 (현지시간) 타이베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워싱턴포스트(WP)는 대만 해협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주된 이유로 대만 독립을 주장한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대화를 단절하고, 몇 안되는 외교 파트너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계속했을 뿐 아니라 다국적 기업들까지 압박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최근 몇 달 동안 중국 공군은 대만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는 한편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등을 동원해 해상훈련을 진행, 금융시장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대만의 둘러싼 미·중간 충돌은 세계 최대의 지정학적 위험 중 하나로 재등장했다고 했다고 WP는 전했다. 두 핵보유국이 전쟁을 피하기 위한 여지를 두고 있지만 중국의 군사력 급증은 계산착오의 위험을 키웠다고 했다.

여기에 중국이 지난해 8월 남중국해에 발사한 '항모 킬러' 미사일은 미국에 명백한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한 중국 외교관은 2017년 중국 남사군도(南沙群島)에 들어온 미국 '듀이' 구축함이 공격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중 갈등 속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대만의 자주 국방을 지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타아완뉴스 등에 따르면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는 미 국방부가 대만에 M109A6(팔라딘) 자주포 40문 판매를 조만간 미 의회에 통보할 것이라고 대만 의회에 알렸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의 발언을 통해 매우 긴장된 미·중 관계와 양안 관계에 기름을 부었다고 전하는 등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미공식 대표단을 대만에 보내 양국 관계를 강조했다. 지난 5일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담에서는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보건총회(WHA) 같은 국제기구들에 대한 참여를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조야에서도 미중 양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유사시 대만을 보호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다.

WP는 중국 공산당은 굴욕의 세기를 되돌리기 위해 대만에 대한 통제는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대만인들의 비율이 끊임 없이 늘면서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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