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대 남성이 지방 소도시에서 10여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1억3000만원을 모았다는 이야기,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경험을 설명해주는 몇가지 어구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혼전임신, 100만원으로 시작한 결혼생활, 월급 130만원, 17만원짜리 월세방, 한 달 용돈 2만원.
100만원: 사랑만으로 시작한 결혼생활김씨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아내를 만났다. 학기 시작 전 합격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다.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임신 소식을 듣게 됐다. 철은 없었고 사랑만 알았다. 결혼을 할 당시 수중에는 두 사람이 음식점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 100만원이 있었다. 최저시급이 5000원도 안 될 때였다.
김씨가 작성한 '100만원으로 결혼해서 1억모으기' 글에 달린 댓글들 중 일부
"500만원 정도 모았었는데 아이를 낳으면서 이것저것 쓰고 나니 200만원 정도 있더라고요. 어디서 도움 받을 데도 없었고요. 200만원으로 분가를 하게 되니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7만원짜리 아주 낡고 오래된 원룸형 아파트를 구했어요."
일단 집을 구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먹고 사는 문제가 그를 짓눌렀다. 처음 그 집에 갔을 때 눈에 들어왔던 건 가스레인지 하나 뿐이었다. 중고 매장에 가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밥솥을 샀다. 쌀과 고추장도 샀다. 돈을 탈탈 털어 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택시비가 모자라 중간에 내려야 할 정도였다.
"어두운 밤이었어요. 아이를 안고 쌀을 들고 아내와 함께 집까지 걸어갔어요. 달도 보고 별도 보고 하면서 '앞으로 한 번 잘 살아보자' 같이 약속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으로 부모님 댁에서 독립해 살다보니 모든 곳에 다 돈이 들어갔다. 회사는 걸어다녔다. 왕복 1시간20분이 걸렸다. 겨울에는 가스비가 아까워 창문을 큰 포장용 비닐로 밀봉했다. 세 사람의 온기로 추위를 버텨냈다. 아끼고 아껴 살아 한 달에 50만원씩 꼬박꼬박 모았다. 1년이 지나니 통장에 600만원이 쌓였다.
600만원: 눈물로 받아들인 아내의 취직600만원이라는 목돈이 생긴 김씨는 이사를 결심했다. 보증금 600만원에 월세 6만원짜리 아파트가 있었다. 원룸형 아파트에 살다보니 짐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삿짐센터를 부르는 게 사치로 느껴졌다. 회사에서 끌차를 빌려 틈틈이 짐을 날랐다. 아이가 13개월쯤 됐을 때 일이다. 이 때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아내도 일을 하기 시작했다. 집 근처 작은 회사의 경리 자리가 났다.
"처음에는 만류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살기 너무 버겁지 않냐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하길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죠.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자기는 출근하겠다고 거의 통보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날 저녁에 너무 미안하고 슬퍼서 많이 울었어요."
김씨와의 원격 인터뷰 장면
3000만원: 방 두개 딸린 아파트로 행복한 이사김씨는 방 두개가 딸린 아파트로 이사를 가던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처음으로 새 텔레비전과 세탁기를 샀다. 이삿짐센터도 불렀다.
"새 물건들을 사다 놓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가전제품이 집에 들어오는 날 바닥을 닦으려고 걸레질을 하는데요. 무릎에 피멍이 들 때까지 걸레질을 했는데도 아픈줄도, 힘든줄도 모르고 행복하기만 했어요. 살면서 몇 번 했던 이사 중에 제일 좋았던 이사가 바로 그 때였어요."
김씨는 미루고 미뤘던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부양할 가족들이 있어 출퇴근을 하면서 군복무를 할 수 있는 상근예비역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도시락을 싸서 걸어다니면서 군대 월급도 악착같이 모았다. 군생활을 마친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둘째가 생겼다.
주식투자: "어렵게 모은 돈, 절대 잃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투자"김씨는 2015년 10월 원래 다니던 회사에 복직했다. 군필자가 되니 200만원 정도로 월급이 늘었다. 그래도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끼고, 절약하며 살았다. 둘째가 태어나니 더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주식투자에 눈을 뜨게 됐다.
"증권사 계좌를 만들면 2만원씩 준다는 이벤트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시작을 하게 됐어요. 2019년 3월이었죠. 그 2만원으로 쭉 투자를 해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7월부터 10만원으로 투자금을 늘리고 지난해 2월에 1500만원으로 투자금을 늘렸어요. 그리고 또 여름에 600만원 정도를 더했어요. 그러니까 총 2100만원을 투자했고 지금은 한 4000만원 정도로 불어난 것 같아요."
올해 김씨의 공모주 투자 결과표
1억3000만원: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절약"100만원으로 결혼한 김씨는 11년 만에 총 1억3000여만원으로 자산을 불렸다. 한 달에 100만원 정도씩 모은 셈이다. 그가 마주했던 현실을 고려하면 충분히 대단한 성과라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특별히 뭐 비결은 없었어요. 최대한 아내와 같이 의논을 했다고 해야 할까요? 돈을 모으려면 한명만 아껴서는 안되더라고요. 둘이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의논을 함께 하고요. 그리고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절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3년 4월 김씨가 아내와 함께 작성한 금융계획표
김씨의 목표는 내 집 마련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부자를 꿈꾸는 김씨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절약입니다. 투자도 절약하는 마음으로 해야 해요. 100만원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 의미있는 수익을 내려면 높은 수익률을 따라가게 돼요. 그러다 보니 위험해지죠. 위험한 투자의 가장 큰 문제는 한 번 실패할 때 크게 실패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절약을 해서 1000만원, 2000만원 큰 돈을 모으고 1%만 올라도 의미있는 수익이 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최대한 안전하게 투자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이죠."
출연 김민수씨(가명), 한정수 기자
촬영 방진주 PD, 이주아PD, 권연아 PD
편집 이주아 PD
디자인 신선용 디자이너
※ 머니투데이 증권 전문 유튜브 채널 '부꾸미'(부자를 꿈꾸는 개미)가 평범한 분들의 사연을 모집합니다. 꽤 큰 종잣돈을 모은 노하우가 있는 분들, 나만의 투자 철학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 아니면 주변에 그런 분들을 추천하고 싶으신 분들은 자유롭게 댓글 달아주시거나 메일([email protected])주세요. 저희가 잘 검토해 보고 인터뷰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들어보고 싶다는 구독자 분들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참고로 사연이 채택될 경우 소정의 출연료도 지급될 예정이오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