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반나절만에 대응한 경찰청장…손정민 사건엔 묵묵부답, 왜?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1.05.0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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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던 대학생 손 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에서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밤중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잠들었던 대학생 손 씨가 실종된 지 엿새째인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에서 경찰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22)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움직임이 소극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확한 정보 제공을 피하고 방어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손씨의 시신을 찾은 지 6일째가 될 때까지 손씨 실종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 A씨를 경찰서에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당시 A씨를 불러 법최면조사를 했다"며 "(지난달 30일 시신 발견 후에는) A씨를 경찰서로 불러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소환조사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또 손씨의 부친 손현씨(50)가 강하게 의혹을 제기했던 A씨가 사건 당일 신었던 신발을 버린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명을 못하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신발을 버린 경위 등을 명확인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된 사건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사고 당시 동행자에 대한 조사를 아직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시신 발견 전이 단순 실종이었다면, 이제는 변사사건이 된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A씨에 대한 조사가 지지부진하면서 A씨에 대한 각종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 전 강남경찰서장, 세브란스병원 등이 A씨와는 관계가 없다고 억측을 피해달라고 입장을 내놓을 정도다. A씨와 유력 인사가 연계돼 있냐는 질문에 경찰은 권력층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친구 휴대폰 '아이폰8 스페이스그레이'...빨간폰 찾아놓고 수사 혼선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스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정민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스1
목격자 확보와 제보가 중요한 사건에서 경찰은 기본적인 정보 제공에도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구 A씨의 휴대전화 수색이다.

경찰은 친구 A씨의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실종 장소인 한강 반포공원 일대를 수색 중이다. 5월 3일부터 경찰을 투입했고, 지난 5일에는 기동대 1개 중대(36명)까지 투입했다. 하지만 아직 A씨의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다.

민간수색팀이 찾거나 전달받은 2대의 휴대전화 모두 A씨의 것이 아니라고 확인됐다. 특히 지난 4일 발견된 휴대전화는 A씨 것과 동떨어진 빨간 색 아이폰임에도 약 5시간 동안 A씨의 것으로 오해를 받았다.

A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 기종으로 색상은 '스페이스그레이(검은색)'다. 휴대전화 색상만 빨리 공개했더라도 혼선을 피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왜 한강에서만 A씨의 휴대전화를 수색하냐'는 지적에 경찰은 마지막 착신 지역이 반포한강공원 일대여서 그렇다고 밝혔다.

김여정 비판엔 반나절 만에 경찰청장 수사지시...손씨 사건은 묵묵부답
김창룡 경찰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김창룡 경찰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민적 관심과 비교해 경찰 수뇌부의 명확한 수사 지시가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일 북한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놓은 지 반나절만이다.

국가수사본부 출범 이후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음에도 관련 지시를 해 위법 논란까지 휩싸였다.

하지만 손씨 실종 11일, 시신 발견 6일이 지났지만 서울경찰청, 경찰청의 공식적인 입장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손씨 사건을 엄정 수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미 35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경찰이 증거 확보와 용의자 조사를 미룬다며 빠르고 성의 있는 수사 진척을 촉구한다는 내용으로 전날 올라온 청원도 같은 시각 6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을 알고 있다"며 "서울청 지휘부에서 직접 손씨 사건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큰 슬픔을 겪고 계신 유족에서 마음 깊은 애도와 위로를 드린다"며 "같은 부모로서 모든 역량을 다해 왜 '손씨가 한강에 들어갔는가'를 밝혀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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