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입원비 350만원…수상한 한의원 VIP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1.05.10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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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입원비 350만원…수상한 한의원 VIP실


일부 한의원이 일반병실 없이 상급병실만 꼼수로 운영하면서 크게 다치지 않은 경상환자를 입원시켜 많게는 하루에 50만원 입원비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7일까지 자동차보험에서 상급병실 입원비를 전액 보장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지난해에만 한의원 상급병실 입원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이 7배 급증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3개 대형 손해보험사는 지난해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의 한의원 상급병실료로 55억6400만원을 지급했다. 전년 같은 기간 약 8억6900만원을 지급한 것과 비교해 약 7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한의원을 포함한 한방의료기관 전체의 상급병실료 지급액도 110억5100만원으로 전년(40억4700만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일반 병의원의 경상환자 상급병실료는 49억2400만원으로 전년(52억7500만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한의원을 중심으로 상급병실료가 급증하면서 전체 지급액은 159억75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93억2200만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상급병실은 3인실 이하의 병실로, 입원하면 기본 입원료 외에 추가로 병실료를 부담해야 한다. 입원비가 비싼만큼 상급병실료를 청구하려면 △종합(상급)병원 4/5 이상 △병원급 3/5 이상 △10병상 초과 의원 1/2의 일반 병상을 필수로 둬야 한다. 상급병실만 운영하면서 입원비를 과다하게 청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10병상 이하의 병의원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일부 한의원은 이 같은 헛점을 노리고 병상을 10개 이하로 운영하면서 일반병실 없이 모두 상급병실로 쓰고 있다. 자동차보험 약관상 상급병실료 지급 요건은 △병실의 사정으로 부득이 상급병실에 입원했을 때 7일 범위 내에서 △의사가 치료상 부득이 상급병실에 입원해야한다고 판단하면 지급하도록 돼 있다. 즉, 입원할 수 있는 병실이 상급병실 밖에 없거나 의사가 입원해야 한다고 하면 7일 내에서는 무조건 지급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표준화한 진료수가가 없어 한의원이 임의로 상급병실 입원비를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급병실 입원비는 병원마다 최소 8만원에서 최대 30만원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서울에 있는 A종합병원의 상급병실 입원비가 하룻밤에 20만원인데, 지방 소재 B한의원은 50만원인 경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1주일을 입원한다고 가정하면 입원비만 35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염좌(삠)나 타박상 등을 호소하는 경상환자다.


특히 일부 의료기관은 입원 기간이 7일을 넘어도 환자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마케팅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병실을 고급 숙박시설처럼 꾸며놓고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한의원의 경우 '입원 전기간에 무상진료가 가능하다'고 홍보해 자동차사고로 경미한 부상을 입은 환자들을 입원시키고 있다"며 "7일을 초과하면 상급병실 차액은 병원이 감수하거나 아니면 7일 내에 퇴원을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방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경상환자에 대한 과잉진료가 급증하는 것이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 주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장거리 이동이 줄어드는 등의 영향으로 크게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7%를 기록했다. 여전히 적정 손해율인 약 7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급병실 입원과 관련한 현행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애매하고, 병원이 악용할 수 있는 맹점이 많다"며 "이를 개선하고 한방진료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어 경상환자에 대한 과잉진료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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