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학기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개발본부 CPI(Colorless PI) 연구그룹 수석연구원/사진=코오롱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난 정학기 코오롱인더 (40,300원 ▲150 +0.37%)스트리 연구개발본부 CPI(Colorless PI) 연구그룹 수석연구원(사진)은 2011년 참가한 한 국제 디스플레이 전시회에서 코오롱이 투명 PI 필름 초기 개발단계 제품을 선보인 때를 떠올리며 "경쟁사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동시에 우리가 만든 게 맞는지 의심을 동시에 받았었다"고 말했다.
PI 필름은 일반인들에게 낯설 수 있겠지만 IT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소재다. 내열성, 전기절연성, 기계적 특성 등이 뛰어난데 영하 270도 안팎에서 영상 400도 안팎을 버틴다. 고온에도 물성 변화가 없어 회로기판 등에 많이 쓰인다. 1962년 미국 듀폰사가 개발했고 개인컴퓨터(PC) 등 각종 IT 기기가 확산되며 각광받았다.
투명한 PET 필름이 있지만 이는 50도 이상이 되면 변형이 시작돼 부적합했다. 2005년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PI 필름 양산에 성공했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먼 미래를 내다보고 2006년 투명 PI 필름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정 수석은 "당시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요청하는 내열 사양을 버틸 수 있는 투명 소재는 박막 유리가 거의 유일했다"며 "필름은 유리에 비해 가볍고 깨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마침 PI 필름 양산에 성공했던 터라 CPI 개발에 본격 나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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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PI 장점을 유지하되 색을 뺄 수 있는 고분자 구성 원료를 찾는 것 △그 원료를 배합·배열하는 방식을 찾아 일정 특성을 맞추는 것 △그 특성을 유지시킬 필름 제조 공정을 찾는 것 △해당 공정으로 불순물 없이 필름으로 잘 만들어 내는 것 등이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여정이었다.
초기 개발품이 2009년에 나왔고 2011년 전시회에서도 첫 선을 보였지만 실제 양산할 정도의 개발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은 2015~2016년께다. 2016년 양산 설비 투자를 시작해 2018~2019년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첫 정식 양산 시점을 2019년이라 본다. 연구개발 착수에서 양산까지 장장 13년이란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오너십에서 나온 지원이 없었다면 진행키 어려운 사업이었다.
정 수석은 "미국·일본 등 경쟁사들도 투명 PI 개발을 진행하지만 코오롱은 이들보다 먼저 개발·양산한 만큼 최소 2년 이상 앞선 기술력을 가졌다고 본다"며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예상보다 늦게 열렸지만 한 번 열리면 그 속도가 빠를 것인데다 사용처도 TV, 전기차용 디스플레이 등 무궁무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CPI를 대규모 상업화 중인 곳은 코오롱이 유일하다. 시장이 열리면 준비된 코오롱에 유리할 수 있다. 경북 구미 공장에서 CPI 필름을 전량 생산하며 연 생산량이 100만㎡, 이는 3000~4000만대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태블릿, 스마트폰, 노트북 등 '모바일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30만대에서 2025년 8520만대로 25배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정 수석은 "폴더블 폰을 넘어 노트북까지 출시되고 사용자 경험이 확산되면 사업 기회도 더 커질 것"이라며 "특히 안전을 중시하는 차량에선 유리보다 필름이 디스플레이 소재로 더 적합할 것으로 보고 전기차 확산기에도 대비토록 선제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