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티닙, '5조 항암제' 경쟁약 넘고 美 시장 공략한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5.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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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티닙, '5조 항암제' 경쟁약 넘고 美 시장 공략한다


제약업계의 시선이 유한양행 (69,300원 ▼800 -1.14%)이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항암신약 '레이저티닙(국내명 렉라자)'으로 쏠린다. 오는 6월 레이저티닙의 임상 중간 결과가 세계 최대 항암 학회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연매출 5조원에 육박한 항암 블록버스터(판매효과가 막대한 의약품) 타그리소의 한계를 뛰어넘을 지 주목된다.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레이저티닙의 조기 출시 전망이 밝아진다. 오는 6월이 K-제약 첫 글로벌 항암 블록버스터 도약의 전초전 격이 되는 셈이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얀센은 다음 달 4~8일 개최되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 레이저티닙 관련 연구 중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항암제 타그리소에 내성이 발생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레이저티닙과 얀센의 이중항암 항체 아미반타맙 병용 투여 치료에 관한 내용이 구두로 발표되며 병용투여 임상 1/1b상 내용이 포스터로도 공개된다.



유한양행은 2015년 전임상 직전 단계의 레이저티닙을 당시 이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던 오스코텍·제노스코에서 도입했다. 이후 임상 1/2상을 진행하던 중 2018년 1조4000억원 규모로 얀센에 기술이전했다. 이번 ASCO 발표를 얀센이 주도한 배경이다.

이 발표가 한국 제약업계 핵심 이벤트로 주목받은 까닭은 해당 발표가 레이저티닙의 미국 상륙 시점을 앞당길 시금석이 될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 투여 임상 자체가 대표적 3세대 항암제로 손꼽힌 타그리소의 한계 돌파를 위해 디자인 된 것"이라며 "의미있는 중간 결과가 공개될 경우 임상 3상 없이도 의약품 승인을 해주는 신속승인 절차를 통해 미국에서 조기 출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타그리소는 기존 1, 2세대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신 3세대 항암제다. 이전 세대 약물에 내성이 생기더라도 쓸 수 있고 첫 진단 시부터 써도 효과적인 치료제로 한 해 글로벌 매출 규모만 5조원 수준이다. 다만 타그리소 역시 투여 후 1~2년 이내 내성이 발생하는데 중간엽상피전이인자(MET) 돌연변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레이저티닙 병용 임상은 이 같은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진행중이다. 레이저티닙 역시 타그리소와 같은 3세대 항암제로 분류되지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와 Met을 이중으로 표적하는 항암 항체인 아미반타맙과 병용 투여를 통해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임상 전략이다.
이미 유럽 학회에서 가능성이 일부 확인됐다. 지난해 9월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연례학술회의에서 타그리소에 내성을 보여 더 이상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한 병용 투여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 36%, 임상적 이점 비율(CBR) 60%의 치료 효과가 보고됐다. 이번 ASCO에서는 ESMO에서 공개된 것보다 더 구체적인 데이터들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ASCO 발표 결과가 긍정적일 지 단언할 수는 없는 상태다. 얀센은 현재 발표를 위한 병용 투여 관련 데이터 막바지 정리 작업 중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 관계자는 "발표를 맡은 얀센측으로부터 임상 데이터 관련 내용이 아직 공유되지 않은 상태"라며 "일단 발표 당일 어떤 내용이 나올지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긍정적 결과가 발표되면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내년 출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얀센은 병용 임상 3상을 2024년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라며 "하지만 중간 결과가 우수할 경우 임상 3상 완주 없이도 신속허가절차를 통해 2022년 초 신청 및 2022년 내 출시가 절차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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