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겁과도 같은 수십년 후에 해수면이 몇 미터 올라오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북극곰이 북극 얼음이 녹아서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얘기는 자주 들어서 익숙하면서도 뭔가 낯설다. 당장 나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은 위기대응의 중요성을 확 줄여버리는 주범이다.
지금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고 행복감을 키워주며 피와 살을 찌우게 해주는 이들 먹을거리들을 우리가 수십 년 후에도 그대로 먹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지금 이 순간에도 식품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저자 듀머스 교수는 "다이얼에 번호가 매겨진 커다란 전화기, 도서관에서 책을 분류하던 옛 시스템 등은 더 좋은 버전으로 대체됐지만 먹을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경고한다. 앞으로 없어질 먹을거리들이 더 좋은 버전으로 대체되기란 어려우며 이 귀한 먹을거리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저자 듀머스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나아가 작은 실천으로 기후변화가 초래할 부정적 변화가 나타나는 속도를 줄이거나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기가 구입한 물건이 언제든 쓰레기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물건에 책임을 진다거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회사의 물건을 사지 않는 불매운동에 참가하거나 기후변화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노력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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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듀머스 교수는 과학을 일상 영역에 쉽게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도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가 지금 먹고 마시는 풍요로운 먹을거리들을 온전히 물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다. 먹을거리가 사라지는 미래는 당장 인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내일은 못 먹을지도 몰라 - 기후변화로 위기에 빠진 13가지 먹거리/시어도어 C. 듀머스 지음/정미진 옮김/롤러코스터/1만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