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은 친근함 오해한 것"…10·60대 남성, 잘못된 인식 높아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1.05.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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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여성에 비해 남성이, 연령대가 높을수록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정도 높아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


'성희롱은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사람의 책임이 크다', '성희롱은 친근감의 표현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다', '성희롱 피해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등과 같은 오해와 편견은 연령이 높을수록 큰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결과 나타났다.

60대 남성과 10대 남성이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정도가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이 잘못된 인식 정도가 가장 낮았다.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정도, 60대와 10대 남성 높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성희롱 예방과 근절 방안을 찾기 위해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실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행복한 일 연구소가 맡아서 진행했다.

지금까지 성희롱 연구는 피해 유형이나 정도 파악에 초점을 뒀지만 이번 연구는 성별과 연령 등 인구 특성에 따라 전국단위로 국민의 성희롱 의식수준을 조사·분석했다. 응답자는 초등학생, 중고생, 대학생, 성인 등 총 1만212명이다.



국민들은 성희롱에 대한 연상단어로 성추행, 성폭행, 강간 등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행위' 유형의 단어들을 꼽았다. 업무상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적 괴롭힘이라는 성희롱의 법적 개념과 달리 성범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남자-여자, 가해자-피해자 등 행위자 '개인'에 집중해 '조직 내 관계'에 주목하고 있어 '업무관련성'을 전제하는 법적 판단과는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성보다 남성이, 연령이 높을수록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간 인식 차이는 20대가 가장 컸다. 또 60대 남성과 10대 남성이 성희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정도가 가장 높았다. 가장 잘못된 인식도가 낮은 그룹은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으로 조사됐다.


연령 높을수록, 여성보단 남성이 성차별 고정관념 강해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크다', '여자들은 직장에서 옷차림, 화장 등 외모에 신경 써야 한다' 등 성평등 의식을 조사한 문항의 응답결과,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여성보다 남성이 성역할 고정관념을 내면화하고 있는 정도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대학생에서 남녀 간 차이가 가장 컸고, 중고생에서 차이가 가장 작았다.

'남자가 일을 잘해서 여자보다 승진이 빠르다', '여자는 동기 모임 등 비공식 네트워크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등 성차별 의식을 조사한 문항에서도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견고했다.

성희롱 대처,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소극적
성희롱 대처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불쾌하다는 표정과 행동으로 중단할 것으로 요구한다'(73.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모르는 척하거나 슬쩍 자리를 피한다'(31.6%), '가족, 친구, 동료 등 지인에게 고충을 말하고 상담을 받는다'(25.4%) 등이 뒤를 이었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는 '보복 또는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된다'(60.4%)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실질적인 처벌을 할 것 같지 않아서'(44.8%) 라는 응답 등 2차 피해 우려와 사내 절차에 대한 낮은 신뢰가 원인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피해자들은 회사 내 처리기구보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구제기관을 더 많이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연령과 성별 등을 고려한 성희롱 국민의식 개선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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