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밸리]와디즈·블랭크…"HYU, 통했다" 업계 호령하는 '라이온'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최태범 기자 2021.05.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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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타트업 발상지' 미국에서는 하버드, 스탠퍼드,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주요 대학들이 학생 창업을 이끌고 있다. 기업가정신 교육부터 외부 투자유치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국내 대학들도 상아탑의 틀에서 벗어나 변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같은 무대를 꿈꾸며 혁신 창업생태계로 변신하는 '유니밸리'(University+Valley)를 집중 조명한다.

[유니밸리]'유니콘' 뛰어넘을 한양대 '라이온킹' 스타트업 찾는다

부제 : [유니밸리-한양대학교 2-1]전상경 창업지원단 단장 "창업 성공뿐 아니라 실패도 관리"

[유니밸리]와디즈·블랭크…"HYU, 통했다" 업계 호령하는 '라이온'


[유니밸리]와디즈·블랭크…"HYU, 통했다" 업계 호령하는 '라이온'
#지난해 말 국내 23개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대표들이 온라인으로 한 자리에서 만났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 매출 1000억원대 미디어커머스업체 '블랭크코퍼레이션', 패션 플랫폼 운영사 '브랜디', 인공지능(AI) 기반 수학문제풀이 서비스를 개발한 '매스프레소',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개발사 '엔씽' 등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결성된 한양대 출신 'HYU유니콘클럽'에 속한 스타트업들이다.



올해 1월 취임한 전상경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장은 올해 목표로 1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예비 유니콘 배출을 꼽았다. 전 단장은 "매년 학생창업기업 40~50개를 포함해 창업 단계별로 280여개 이상의 창업자들을 배출할 정도로 양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올해는 창업기업들이 자연스럽게 '스케일업'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양대 창업지원단은 학교의 모든 창업지원체계를 총괄한다. 2009년 글로벌기업가센터로 시작해 올해로 12년째를 맞이했다. 창업준비 단계부터 실제 창업 실행, 성장, 자금회수(엑시트)까지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부터 7년 이내 창업기업까지 아우르는 모든 단계의 정부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초기·도약창업패키지' 주관기관을 전부 맡고 있다. 수도권 내 대학 중에서는 유일하다. 연간 운영예산만 100억원 이상이다. 그동안 배출한 7년 이내 초기 창업기업만 2286개에 달한다.



창업 지원업무를 세분화해 각각 전담조직을 구축했다. 창업교육과 글로벌 창업지원을 담당하는 '글로벌기업가센터', 창업기숙사·코맥스스타트업 타운 등을 운영하는 '학생창업보육센터', 국내외 투자유치를 맡은 '창업투자센터', 아이디어·사업모델 등을 상담할 수 있는 '원스톱 창업상담실' 등이다. 이외에도 투자를 위한 '한양대 기술지주회사'와 '한양창업지원단 투자펀드', 자문 역할을 맡는 '자문위원회·멘토그룹·창업융합전공 교육과정위원회'도 갖췄다.

"창업한 김에 유니콘까지"…창업 첫 교육부터 팁스 지원 '원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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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창업지원단은 예비 창업자가 첫 발을 들인 순간부터 최종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일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창업 관련 수업을 듣다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학생창업기업이 유독 많다. 실제로 학생창업기업은 2016년 43개에서 이듬해 53개, 55개, 58개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COVID-19) 영향에도 54개를 기록했다. 카닥, 백패커, 퍼플링크, 팀42, 블리스트, 라이언로켓, 알고리즘랩스, 나이비, 레티널 등이 대표적인 학생창업기업이다.

전 단장은 "한양대는 창업교육 ·네트워킹·보육·투자유치·글로벌 진출까지 한국형 창업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연간 450여개의 창업 강좌를 개설해 매년 1만2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이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실제 창업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대의 창업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여러 대학, 기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이중에서도 원하는 멘토와 실시간 연결이 가능한 '멘토스온콜'이나 기숙사·협업공간을 제공하는 '247스타트업돔'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멘토스온콜은 자체 멘토단과 창업자를 수실로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멘토단은 매년 5월 세무·회계·법무·노무·투자·기술 등 14개 분야별로 100명씩 선발한다. 2018년 문을 연 247스타트업돔은 창업자 기숙사다. 1학기당 30여명의 예비 창업자들에게 기숙사와 협업공간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 외에도 사무 지원공간인 '코맥스스타트업타운', 전반적인 실전창업 프로그램인 '스타트업아카데미'를 운영한다.

"도전뿐 아니라 실패까지 보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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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창업기업들의 질적 성장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직·간접적인 투자도 늘려간다. 현재는 한양대 기술지주(83억원), 한양엔젤클럽(38억원) 등 120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운영 중이다. 한화투자증권, KT인베스트먼트, 다담인베스트먼트, AIM인베스트먼트 등과는 20억원 규모의 투자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창업지원단 직원들이 조금씩 돈을 출연해 2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도 조성했다.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초기기업들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결성했다.

창업에 대한 도전뿐 아니라 실패까지 보듬을 수 있는 게 대학과 창업지원단의 역할이라고 전 단장은 강조했다. 그는 "평생 직장도, 평생 직업도 없는 21세기에는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창업의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며 "전부 다 성공할 수 없는 현실에서 창업에 실패를 하더라도 이를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부분까지 대학이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지원을 돕는 여러 기관, 단체들이 있지만 대학은 이익만 추구할 수는 없고, 기본적으로 교육기관으로 본분이 있다"며 "학생이든 교수든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있으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고, 동시에 실패했을 때도 이들을 잡아주는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니밸리]"119 다음은 '닥터나우'…원격의료 시대 이미 열렸다"

[유니밸리-한양대학교 2-2]장지호 닥터가이드 대표 "의료계의 토스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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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비대면(원격) 진료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환자들에게 편리하면서도 의사와 약사 모두 상생하는 원격진료를 넘어 건강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의료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장지호 닥터가이드 대표는 '아플 때 119 구급대 다음으로 생각하는 의료시스템'을 목표로 비대면 진료부터 조제약 배송까지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앱) '닥터나우(NOW)'를 출시했다.

환자는 닥터나우를 통해 진료과목을 선택하고 원하는 시간에 담당 의사로부터 화상 또는 전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의사가 처방한 약은 환자가 동네약국에서 직접 수령하거나 집으로 배송 받을 수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정부가 병원 내 코로나19(COVID-19) 전파를 막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전화진료를 허용하면서 원격의료의 길이 열렸다.

최근까지 이뤄진 전화진료는 160만건에 달한다. 장 대표는 "올해는 원격의료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다. 이제 우리도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원격의료를 가져올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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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한양대 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9년 닥터가이드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본래 의사로서의 목표는 중증외상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이국종 아주대 교수 같은 뛰어난 수술 전문의였다.

장 대표는 "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되어 1명의 환자에게 100이라는 만족감을 주는 것도 좋은 삶이지만 100만명의 환자들에게 1이라는 행복감을 주는 것도 좋은 삶이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양대 창업지원단을 통해 2019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수많은 해외 원격의료 회사들을 보고 돌아왔다. 창업지원단을 통해 초기 창업패키지부터 법인 설립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장 대표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의료법·약사법에 가로막혀 국내 원격의료의 발전이 정체돼 있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년 뒤에도 원격의료를 안할 것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결국 하게 될 것이고 지금이 적기"라고 했다.

이어 "이미 원격의료가 시작됐는데 제도화는 안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구글이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한국에서 원격의료를 한다면 막을 수 있겠느냐"며 "지금은 다 같이 어떻게 더욱 좋은 원격의료를 만들 것인지 협력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의 반대에 대해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데 160만건의 비대면 진료 중 55%는 1차 의료기관에서 이뤄졌고 대형병원은 10% 수준이다. 안전성 문제 관련해서도 160만건 중 오진은 1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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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닥터나우는 생리통이나 질염 등 여성질환, 남성 성기능 장애, 탈모 등 자신의 증상을 알면서도 직접 병원을 가는 것은 불편한 환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장애인이나 허리 통증 등 거동이 힘들거나 출퇴근에 밀려 시간을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도 단골이다.

닥터나우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는 7만5000여명에 달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의 의료 카테고리에서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1 대한민국브랜드평가' 원격진료앱 부문에서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1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대규모 투자유치를 마쳤다. '압도적으로 편리한 원격진료' 플랫폼을 넘어 향후 건강관리 전체를 아우르는 '의료계의 토스'가 되는 것이 목표다. 기회가 되면 원격의료 전문가로서 강단에도 선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토스가 있다고 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 상생하면서 편리한 서비스가 되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 원격의료를 학교에서도 배워야 한다. 실제 산업에서 어떻게 원격의료가 이뤄지고 있는지 나중에 강의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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