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건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사진=미래과학기술지주
미래지주가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은 총 67개사. 이중에는 바늘과 실 없이 상처 봉합이 가능한 수술용 봉합기(회사명 시지너스), AI(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한 가상 생후 이미지 생성 서비스(알레시오) 등 당장은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미래 성장 기대감이 높은 기업들이 많다.
김 대표는 이 가운데 '스탠다드에너지', '수퍼빈' 2곳을 콕 찍어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스탠다드에너지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든다. 기존 리튬이온이 아닌 바나듐을 이용해 화재 위험이 적은 '레독스 플로우 배터리'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인 화재·폭발 위험이 없는 데다 수만 번 충·방전해도 기능 저하가 없다. 최근 소프트뱅크코리아가 투자해 기업가치 1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수퍼빈은 AI 기반 빈병 및 캔 수거 재활용 시스템을 만든다. 여기서 수거된 페트병의 경우 분쇄해서 섬유로 만들어 폐 자원을 활용한 이른바 '업사이클링'이 가능하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일을 말한다. 카이스트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휴보' 연구팀의 기술을 이전 받았고, 최근 휴맥스가 후속 투자해 이 회사 역시 기업가치가 1000억원대로 뛰었다.
김 대표는 "기술 기업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돈을 번다"며 "요즈음 창업붐이 다시 일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우리 미래는 그만큼 희망적이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미래지주는 지금까지 총 130억원대 투자금을 회수, 최대 43배 이윤을 남겼다. 그는 "연간 이자율로 치면 66%대 이자율로 회수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래지주의 투자 결정은 철저하게 4가지 원칙을 따른다. △대표자와 팀은 다양한 리스크를 잘 헤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투자 시장의 장기적 트렌드와 맞다 △MVP(최소기능제품)를 만들어 고객 테스트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클럽딜(공동투자) 혹은 후속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등이다.
김 대표는 "투자한 회사들을 상대로 팀빌딩 프로그램 등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도맡아 한다"면서 "기술·자본이 약해도 '팀웍'이 좋으면 어떻게든 성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또 "이왕이면 교수님 보다는 연구실에서 석·박사 학위를 가진 제자가 회사 대표를 맡도록 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언제든 일이 잘 안되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교수보다 '안되면 쪽박'으로 배수진을 친 학생들의 간절함이 성공을 이끈다는 믿음에서다.
기술이전 사업화 부문에선 논문의 '피어 리뷰(Peer Review·동료 검토)'를 꼼꼼히 살핀다. 투고된 논문의 적합도를 관련 분야 전문가들(동료)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으로 피어 리뷰어들의 동의에 따라, 논문을 승인할지, 거부할지, 수정을 요구할지가 결정된다. 김 대표는 "피어 리뷰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기술은 사업화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우리가 출자한 기업들의 가치가 지금 1조원 정도인데 10조원까지 만들어볼 것"이라며 "한국 기술이 밑바탕에 축적된 그런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