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통령의 넥타이', 스쳐가는 유행 아닌 뉴노멀 되길

머니투데이 박준범 몽세누 대표 2021.05.0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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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범 몽세누 대표박준범 몽세누 대표


지난해 말 우연히 회사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2050 탄소중립' 비전 영상을 제작할 건데 관련해서 몽세누(MONTSENU)의 친환경, 지속가능한 패션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2019년에는 프로축구팀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한국에 왔을 때 축구연맹이 주문한 굿즈를 만든 적이 있었고 2020년 들어서는 각종 단체나 기관들로부터 친환경을 염두에 두고 비슷한 문의와 의뢰가 있었기에 늘 해오던 대로 몇 가지 제품을 추천하고 판매했다. 그 중에는 버려진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만든 넥타이도 있었다.

그리고 몇 주 후인 지난해 12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은 TV 생중계로 진행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선언' 당시 바로 그 넥타이를 착용하고 출연해 화제가 됐다. 대국민 방송으로 뜻밖의 전파를 탄 자사 제품을 바라보면서, 또 대국민 선언 이후 해당 비전 영상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대표로서 마음 한 켠에는 우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영상 한 번으로 스쳐 지나가는 이슈와 홍보몰이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우려 말이다.



몽세누는 필자가 대학교 4학년이던 2018년 12월에 설립한 회사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을 복수 전공했기에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창업이 숙원이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 처음부터 '사회적 기업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회사를 창업하면서 '좋은 디자인, 우아한 감성의 제품과 브랜드는 반드시 환경과 사회에도 좋은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 만큼은 갖고 있었다.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우리 세대에는 이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가치관으로 조금씩 환경에 기여하는 좋은 제품을 만들다보니 사람들이 몽세누를 '사회적 기업'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바다가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집에서 살아왔기에 바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지금도 매 달 한 번씩 인근 해변에 정화활동을 다닌다. 요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수 많은 환경문제들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우리 세대가 지구 환경을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기도 했다. 몽세누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다'란 뜻을 지녔다. 몽(夢)은 한자로 꿈을 뜻하고 '세누'는 새로운 세상이란 뜻의 순우리말 '새누'에서 따왔다. 즉, 몽세누를 통해 지구환경과 사람을 위한 지속가능한 패션 제품을 제작하고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확산하는게 바람이었다. 한 순간 유행으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 나갈 수 있는 제품을 꿈꿨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친환경 넥타이 착용이 화제가 된 후, 정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요즘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의류제품을 착용하고 재활용을 강조하는 사례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정말로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위기라고 인식해 실질적 변화가 시작된 것인지 스쳐가는 메가트렌드인지는 당장에 판단하고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지난해 2050년 탄소중립 선언 이후 이에 발맞춰 관련정책들이 수립되고 실제 집행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처음 가졌던 우려는 희석됐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위원만 약 100명에 달한다는 범정부 추진기구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미디어를 통해 접했다. 수 많은 기업들과 기관들은 보다 정교한 ESG 평가체계 및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중이다. 이같은 노력들이 일회성 노력에 그치지 않도록 많은 컨퍼런스와 관련 국제회의도 연속적으로 열리는 중이다.

몽세누와 필자가 '사회적 기업가'로 불리는 지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말로 내려진 정의보다는, 창업 당시에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묵묵히 실현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했다. 2021년 ESG, SDGS(지속가능 개발목표), 탄소중립 등 유행어처럼 각종 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것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앞으로 새롭게 자리잡은 뉴노멀이 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진정성있게 협력해 나아가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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