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접자마자 '특허괴물' 삼성을 노렸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1.05.0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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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스크래모지, LG특허 사들여 美서 "삼성 특허침해" 소송
LG스마트폰 철수 후 특허괴물·中제조사 "특허 사겠다" 문의도

갤럭시S21갤럭시S21


스마트폰 제조사업에서 철수하는 LG의 특허기술을 사들인 글로벌 특허전문기업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한 이후 이른바 '특허괴물'들과 중국 제조사 등의 모바일·통신기술 특허 매입 의사 타진도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아일랜드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인 스크래모지 테크놀로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서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아메리카가 3건의 특허를 침해해 제조한 제품을 미국에 유통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스크래모지는 세계 각국에서 특허 포트폴리오를 매입한 후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송으로 배상금을 받아 수익을 내는 특허전문기업이다.



스크래모지가 침해를 주장한 특허는 안테나와 무선충전용 전자부스터, 무선 전력 수신장치 무선충전 기술로 LG이노텍이 2013~2014년 국내외에 출원한 기술이다. 대상 스마트폰은 갤럭시S6엣지부터 갤럭시S21 시리즈까지 삼성전자가 2015~2021년 출시한 28종에 달한다.스크래모지는 소송에 앞서 지난 2월 미국특허청(USTPO)에 등록된 LG이노텍의 특허 95건과 출원 중인 특허 28건 등 123건을 사들였다.

LG그룹 계열 전기전자 소재·부품 제조업체인 LG이노텍은 LG전자와 애플 등에 무선충전 모듈과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해 왔다. LG이노텍은 보유한 무선충전 기술과 특허의 LG전자 공급량이 극히 제한적인 데다 중국 제조사의 무분별한 특허 침해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지난 2019년 무선충전 관련 사업에서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사업 중단 후 관련 특허 매각을 추진해 왔고 지난 2월쯤 글로벌 특허전문회사와 매각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업계에선 스크래모지의 특허 소송을 계기로 추가 소송이나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크래모지가 침해를 주장한 3건의 특허 외에 120건의 LG이노텍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크래모지는 아일랜드 헤지펀드 등 글로벌 금융자본이 투입된 NPE로 삼성, LG, 애플 등을 상대로 동시다발적 특허 소송을 진행하는 솔라스OLED, 네오드론등 글로벌 특허괴물 등과 함께 아일랜드 특허전문 관리기업인 아틀란틱 IP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솔라스OLED가 미 텍사스 법원에 제기했던 갤럭시 스마트폰 OLED 디스플레이 특허 침해 소송에서 지난달 패소해 항소하기도 했다. 솔라스OLED는 삼성은 물론 LG전자, LG디스플레이에도 미국과 독일 등에서 다수의 특허 소송을 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통상 '크로스 라이선싱'(상호 특허계약)을 맺어 상대방의 지적재산권 사용을 허용하는데 글로벌특허전문기업들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매입한 후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내 배상금을 타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로열티를 요구하는 수익 전략을 취한다"며 "코로나19로 세계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유사 특허 분쟁이 더 빈발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 결정 이후 모바일 기술과 특허를 노린 글로벌 특허전문기업과 오포,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움직임도 노골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도 핵심 모바일 특허와 원천기술 등의 지식재산권(IP)은 내재화해 전장(자동차 전기장치)과 스마트가전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비핵심 모바일 특허기술은 양도나 매각, 라이선싱 계약 등을 통해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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