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주머니만 힘들어진다…유가·보복소비에 물가급등 걱정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1.05.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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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한 고객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올해 1월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한 고객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달 생활필수품 중심의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2%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장마 이후 이어진 작황 부진과 AI(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식탁 물가가 상승한 데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을 넘어가며 일반인의 체감물가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분기 2%대 물가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물가상승 속도가 빨라진 데다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보복소비가 겹치면 물가 급등(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우려가 나온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3%, 이 가운데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체 물가 조사품목 460개 중 구입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은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을 추린 지수다. 바꿔말해 일반 사람들이 가장 체감할수 있는 물가지표로 농수산물 등 식품 가격과 석유류, 생활서비스 요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생활물가지수는 올해 들어 플러스로 전환됐다. 올해 1월 전년 동기대비 0.3% 상승한 것으로 시작으로 △2월 1.2% △3월 1.5%다. 지난달에는 3월에 비해 2배가까운 상승폭으로 2%대 소비자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4월 생활물가지수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다. 지난 4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66.3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으로 소비와 교역이 위축되면서 배럴당 20~30달러 선을 오갔던 유가가 1년새 2배 이상 상승하며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4월 석유류 물가 상승률은 △휘발류 13.9% △경유 15.2% △차량용 LPG(액화석유가스) 9.8%다. 3월 0.7~2.8%에 머물던 상승률이 최대 22% 가까이 올랐다.
서민 주머니만 힘들어진다…유가·보복소비에 물가급등 걱정
농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하반기 기록적인 장마에 따른 작황 부진이 나타난 이후 고공행진 중이다. 4월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4.6%다. 3월 16.5%에 비해 상승폭이 줄었지만 올해 1월을 제외하고 두자릿수 상승세를 유지했다. 품목별로는 파가 전년 동월 대비 270% 상승했고 사과와 달걀 역시 각각 51.5%, 36.9% 올랐다. 생활물가지수에 포함되진 않지만 전세와 월세 물가도 각각 1.6%, 0.7% 상승하면서 서민 주머니 부담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4월 2%대 물가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물가 상승률이 0%선을 오르내리고 저유가 기조가 1년동안 지속된 만큼 기저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3분기 이후 물가 상승이 둔화되면 정부의 물가상승 관리 목표 2%선 밑으로 내려온다는 것.

다만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나오는 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2분기 중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대외활동이 재개되면 보복소비에 따른 물가상승 속도가 빨라질 우려도 있다.


기재부 측은 "2분기 일시적 물가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 비축·방출, 계란 1500만개 추가 수입 등 물가관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국제유가·곡물 등 원자재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업계 소통·지원을 통해 가격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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