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은 물류전쟁 중(하)] "화물 포화상태, 더 버티기 어렵다" SOS

뉴스1 제공 2021.05.0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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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대란으로 새 주문도 소화 못해…30~40% 손실"
"HMM 선박 투입·정부 지원책 강구에도 해소 역부족"

[편집자주]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극심한 물류 적체 현상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선박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부산항에서 일종의 병목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박확보에 어려움이 따르자 선박 운임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는데다 무엇보다 수출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같은 사태와 돌파구를 상하로 나눠 짚어본다.



5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프레스티지(Prestige)호’가 부산 신항 HPNT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출항하고 있다. © 뉴스15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프레스티지(Prestige)호’가 부산 신항 HPNT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출항하고 있다. © 뉴스1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이 극심한 물류 적체 현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사태가 길어질 경우 수출대란과 중소기업 위기 사태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검사 등에 따른 체선 현상으로 하역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면서 선박 회전율이 급감, 현재 부산 신항 전체가 선적 대기 중인 화물로 포화상태에 놓였다.



이상훈 부산전문무역상사협의회장은 "물류 적체 현상 때문에 30~40%정도 손실을 보고 있다"며 "우리 회사 경우만 해도 현재 들어오는 주문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생산이 중단될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화 땐 버티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업체의 경우 타격이 크다.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이 있었다면 현재 이같은 심각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상당 부분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과거 한진해운이 세계 약 7위 정도로 거대 선사였다"며 "과거에는 선사 자체 선박 수요가 부족할 때는 타국의 선사와 얼라이언스를 통해 해소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선박을 더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 HMM, 임시선박 투입 국내 중소화주 물량 지원

BPA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HPNT에서는 보통 컨테이너를 3단까지 쌓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4부두를 중심으로 화물 이동공간(0.5단) 포함 총 5.5단인 최대 높이를 넘어 6단까지 쌓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적체 물량 해소를 위해서는 일단 물량을 제때 싣고 나갈 수 있는 배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대표 국적 선사인 HMM은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미주 서안(LA) 12회, 미주 동안(서네너, 뉴욕) 3회, 러시아 3회, 유럽 2회, 베트남 1회 등 총 21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부산항발 미주행 임시선박 1척을 추가로 투입, 5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약 60%이상이 국내 중소화주의 물량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도 화물대란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박호철 부산항만공사 글로벌 사업단장은 "세계적인 흐름을 봐서는 당장 한국의 물량 비중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 국적 선사(SM, HMM)의 최근 적체율이 30% 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국 선사의 경우 중국이 운임 여건이 좋다 보니 현재 많이 빠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부산신항 전경.© 뉴스1부산신항 전경.© 뉴스1
◇ 부산신항 24개 선석 추가 개발 등 인프라 확충

BPA측에 따르면 현재 신항 전체 장치율은 평소 대비 20%이상 높은 수준인 90% 이상으로 회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사는 임시방편으로 급한 수출 건에 대해서는 업체에 신항 인근 빈 땅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 신항은 현재 23개 선석이 개발을 완료해 운영 중으로, 앞으로 24개 선석을 추가 개발해 총 47개의 선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호철 부산항만공사 글로벌 사업단장은 "현재 물류난이 가장 피크 상황으로, 내년부터 신항 3곳이 완성되고 이후 잇따라 개발이 완료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사태로 선박 회전율이 급감하기 시작한 초기부터 선사들이 선박을 건조하기 시작했다"며 "이르면 올해 말께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신항과 선박이 늘면 장기적으로 보면 서서히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면서도 "이마저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선박 운항이 정상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부·공기관 등 선박확보 지원책 강구

화물 적체현상이 지속되고, 선박확보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운임료가 급등하자 정부와 관련 공기관도 나서 임시선박 확보 등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달 말께 산업자원통상부는 해상운임 급등에 따라 미주항로에 매달 2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해양진흥공사측도 난국 해결을 위해 HMM 등 기존에 금융 지원을 해왔던 선사들에게 선박 추가지원 등을 유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사 자체 선박을 확보해 선사들에게 임대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상훈 부산전문무역상사협의회장은 "정부가 선박을 확보하고 공동운임비를 내는 등 지원책을 강구하고, 우리 국적 선사들(SM, HMM)도 국내 물량을 더 많이 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불끄는 시늉 정도에 불과하다"며 "원칙적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역 선진국을 중심으로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물류난이 하루빨리 해결돼, 다시금 수출전성기를 만들고, 세계 10위권 내 무역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찾아야 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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