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을 만나다] 배정근 "'개콘' 사라지고 청춘 잃은 느낌…고민 많았죠"②

뉴스1 제공 2021.05.0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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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오른쪽) © News1 권현진 기자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오른쪽)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아홉 번째 주인공은 김단하(35) 배정근(31) 커플이다. 각각 SBS와 KBS 출신인 김단하와 배정근은 코미디언 15호 부부이기도 하다.



'개그 부부' 김단하 배정근은 최근 JTBC '1호가 될 순 없어'에 등장, 갓 아이를 얻은 신혼부부의 가감 없는 일상을 보여줬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센 언니' 김단하와 귀여운 연하 남편 배정근이 선보인 '이색 케미'는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했다.

두 사람에게 '1호가 될 순 없어'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2014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방송을 쉬었던 김단하는 7년 만에 TV 프로그램에 복귀했다. 내성적인 성격인 데다 오랫동안 방송을 쉰 김단하는 출연 결심 후에도 고민이 깊었지만, 남편 배정근의 격려 덕에 걱정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 김단하는 방송 후 그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시청자들의 응원에 힘을 얻었다며 조금씩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폐지 후 일자리를 잃은 배정근은 '1호가 될 순 없어'에서 솔직한 심경과 성실한 일상을 공개했다. 청춘의 전부였던 '개콘'이 사라진 뒤 상실감을 느꼈지만, 가장인 그는 주저앉을 수 없었고 배달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가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유튜브 활동을 하며 개그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자신에게 코미디는 '뗄 수 없는 딱지'와 같은 존재라는 그는, 꿈도 현실도 놓칠 수 없기에 더 열심히 달려간다.

최근 딸 하랑이를 얻은 배정근 김단하 부부는 성실하게 살며 좋은 아빠,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꿈은 잃고 싶지 않다며 눈을 반짝였다. '15호 개그 부부' 배정근 김단하를 뉴스1이 만났다.

개그맨 배정근 © News1 권현진 기자개그맨 배정근 © News1 권현진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김단하·배정근 편 ①에 이어>


-'1호가 될 순 없어'에서 배정근은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린 뒤 개그맨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나. 솔직하게 고백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배정근) 솔직히 창피했다. 부모님도 장인어른, 장모님도 내가 방송하는 걸 너무 좋아하시고 응원해주셨는데, 내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면 걱정하시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게 행복하고,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으려면 떳떳하게 이야기를 하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방송에 나갔다.

-2016년 데뷔 후 신인상까지 받은 인재였지만, 4년 만에 일터를 잃게 됐다. 당시의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컸을 듯하다.

▶(배정근) 청춘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아마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개그맨들이 그럴 거다. 혈기왕성한 20대에 극장에서 활동하면서 개그맨을 꿈꾸고, 좋은 시절을 개그에 바쳤는데 그 터전을 잃게 돼 마음이 아팠다. 지금도 북적북적했던 회의실이 그립다.

-개인적으로 힘든 마음도 있었겠지만, 가장이기에 진로에 대한 갈등이 더 컸겠다.

▶(배정근) 그때 아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당시 누나가 임신 중이어서 일할 상황이 아니었고, 내가 가장이다 보니 방송을 해야 할지, 일반인으로 돌아설지 고민이 됐다. 그런데 일반인이 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더라. 그때 누나가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괜찮아. 대신 할 거면 제대로 해'라고 말해줘서 개그의 끈을 놓지 않게 됐다. 지금은 직업이 네 개다. 방송인, 유튜버, 배달원, 그리퍼 등을 하고 있다. 방송 일이 워낙 유동적이지 않나.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배달원, 그리퍼 등을 하게 됐다.

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 (오른쪽) © News1 권현진 기자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 (오른쪽) © News1 권현진 기자
-이후 유튜브 채널 '3인용'에 더 집중하게 됐겠다.

▶(배정근) 이 채널이 원래 희중이와 '2인용'으로 먼저 시작한 건데, 내가 '개그콘서트'를 하고 그 친구가 사업을 하면서 고정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진 못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지고, '개그콘서트'도 폐지되면서 둘 다 일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유튜브 채널을 제대로 해보자 싶었고, 마침 김석이라는 친구도 놀고 있어서 셋이 '3인용'을 새롭게 시작하게 됐다. 활발하게 영상을 만든지는 1년 정도 됐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콘텐츠를 만드니 이전과는 달라진 게 있나.

▶(배정근) 일단 제한이 없어졌다. 어떤 상황이든 다 만들어도 되는 거다. 일단 하고 나중에 걸러도 되니까. 그런 것들이 편하긴 한데 확실히 지원받기는 어려우니까 금전적인 부분에서 제약이 있다. 또 코로나 때문에 촬영도 쉽지 않아서 일단 소소하게 만들고 있다.

-'3인용'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배정근) 아직은 차별화를 두기가 어렵다. 많이 검색하고 선호하는 것들을 해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식상해도 깜짝 카메라 같은 것을 하게 되더라. 캐릭터 쇼도 있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채널을 키워야 대중의 반응이 있고 해서 고민이 많다.

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왼쪽) © News1 권현진 기자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왼쪽) © News1 권현진 기자
-부부가 함께 유튜브 '콩깍지 TV'를 운영 중이기도 한데.

▶(김단하) 코로나 때문에 일도 없고 집에 있으니 유튜브에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편집을 1도 몰랐는데 유튜브를 찾아보고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시작했다. 남편이 '3인용'에 집중하다 보니, '콩깍지 TV'는 내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일상 공개부터 리뷰까지 주제가 다양한데 어떤 것을 주력으로 하는지.

▶(김단하) 아직까지는 색을 못 잡았다. 리뷰는 표현력이 부족하고 먹방도 꾸준히 하긴 어려워서 고민이 많다. 요즘은 아기도 있고 해서 브이로그 식으로 영상을 만들고 있다.

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왼쪽) © News1 권현진 기자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왼쪽) © News1 권현진 기자
-공개 코미디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김단하)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유튜브가 활성화됐고,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들이 대세인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 같다.

▶(배정근) 생겼으면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제약된 개그에 호응하는 시대도 지났고…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후 개그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서겠나.

▶(배정근) 너무 좋다. 나는 개그 공연 자체를 너무 좋아한다. 방송이 아니더라도 무대 자체에 설 수 있다면 좋겠다.

▶(김단하) 나는 무대는 어려울 것 같다. 무대에 오를 때 잘해야겠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이 심하게 있다.

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왼쪽) © News1 권현진 기자개그맨 부부 배정근 김단하(왼쪽) © News1 권현진 기자
-두 사람에게 코미디란 어떤 의미인가.

▶(배정근) 코미디=나. 떼려야 뗄 수 없는 딱지 같은 존재다. 떼어내도 다시 생기는.

▶(김단하) 상처? 당시엔 열심히 했지만 안 풀려서 상처가 됐다. 다행히 이젠 상처가 아물어서 점점 회복이 되고 있다.

-최종 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배정근) 나의 꿈은 항상 같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사위, 좋은 아들이 되는 게 꿈이다.

▶(김단하) 나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면서도 꿈을 잃어버리지 않는 게 꿈이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많은 것을 배우고 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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