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쓴 '주린이' '산린이'…"어린이 '차별의 언어' 입니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1.05.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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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스1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스1


#주린이를 위한 주식공부 하는 법
#요린이도 쉽게 순서만 지켜요



'어린이' 단어가 미숙하거나 서툰 이들을 묘사하는데 쓰이고 있다. 주린이, 요린이, 산린이 등 그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를 들어 미숙하다고 보는 이 단어의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국제시민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서울 시민청은 지난달 어린이날 온라인 캠페인으로 '○린이날'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첫 도전을 시작하는 우리는 모두 어린이'라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어린이를 비하했다는 비판 속에 삭제에 나섰다.



서울시 외에도 'O린이'라는 말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인다. 주린이(주식+어린이), 요린이(요리+어린이), 산린이(산+어린이) 등 무언가에 초보이거나 미숙하다는 내용을 말하고 싶을 때 '~린이'를 뒤에 붙이면 그대로 신조어가 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린이'는 초보를 뜻하는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는 어린이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보는 차별의 언어"라면서 "온전히 환대 받아야 할 아동의 자리를 아동의 동의 없이 어른들이 빌려 자신을 배려해 달라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이같은 비하 발언의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최초의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이 아이들을 어른과 같은 독립적인 존재로 여기고, 그 존엄성을 존중해 '어린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처럼 우리도 아이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체에 따르면 '어린이'는 방정환 선생이 '아해놈', '애녀석' 같이 아동을 낮춰 부르는 말이 성행하던 당시 어른과 같은 독립적인 존재로 존중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이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 사회는 아이들을 어른들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았다. 세이브더칠드런이 1985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동들은 어른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을 '잘 알지도 못하고 야단치지 말고 아이들이라고 깔보지 말았으면' 한다고 응답했다. 2017년 16개국 초등학교 3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아동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응답은 15위로 거의 꼴찌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우리 사회가 '아동을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으로 대하기를 바란다"면서 "아동을 어리거나 다르다고 차별하지 말고, 윽박지르지 말며, 어른 마음대로 다스리려 하지 말기를 바라며 차별의 언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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