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멀린다 게이츠 컴퍼니의 인적 분할…부러운가[50雜s]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2021.05.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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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준형의 50잡스]50대가 늘어놓는 雜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we no longer believe we can grow together..."
영락없는 기업 분할 보도자료다. 빌&멀린다 게이츠 컴퍼니의 인적 분할.



자산 150조원 거대 기업을 '단일 법인'으로 유지하면서 '공동 경영'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거다. 기업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수익성과 성장성, 효율성을 위해 분할하는 게 이상할 것이 없다. 자본주의 최상위에 위치한 이 커플의 자산은 이미 그런 단계와 규모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지 오래다.

주변의 적지 않은 커플들이 사실상 남남이면서도 사회적 시선 때문에, 자녀들 때문에, 또는 여러가지 복잡한 계산 때문에 법적관계를 유지하되 따로 살면서 각자 삶을 찾는 '졸혼' 혹은 별거를 택한다. 기업으로 치면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는 없는 물적분할이다.
게이츠 커플은 깔끔하게 각자 지분 갖고 갈라 서서 새 인생 찾는 인적분할을 택했다. 지분계산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분할하면서 '잔돈' 다툴 일 없고, 막내도 대학 갔고, 남 눈치 보고 사는 동네도 아니다.
기업도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해야 즉시 상장이 가능하다. 기업가치도 독립적으로 인정받고 독자경영도 할 수 있다(그런데 여자가 결혼한 남편 성 따라가는 후진 제도가 페미니스트 본토 미국에서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늘 신기하다. 인적 분할을 했으면 회사 이름도 바꿔야지, 멀린다는 여전히 '게이츠' 계열사 간판을 달고 살아야 하나. 여자가 재혼할 때마다 이름이 한 칸 씩 늘어나는 건 기괴하다)



평균수명 50~60세 시절에야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원팀으로 사는게 그리 힘들지 않았을 터. 하지만 100세 시대엔 은혼(25년) 금혼(50년)은 기본이고 금강혼(75년)도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파뿌리 지나 민머리 되도록 같이 살아야 하는데, 이게 어디 쉬운 일일까.

빌 66세, 멀린다 57세.
건강관리인들 좀 잘했을라고. 요즘 신체 나이 계산방식으로 0.7 곱하면 아직 40대 청춘이다. 힘 남아 있을 때 인생 두 번째 국면"in this next phase of our lives" 찾아 나서겠다고 당당하게 외친다.
쿨하게 새 인생 항해에 나서겠다"begin to navigate this new life"고 나서는 게 자본주의 최상위 커플에만 국한될 거 같지 않다. 이미 주변에도 많다. 프라이버시와 자기만의 공간"We ask for space and privacy"이 필요한게 어디 게이츠네 뿐이냐고.
개인적 차원을 떠나 초고령화시대에는 기존 도덕의 잣대를 넘어 사회의 활력과 노후 육체·정신 건강 유지를 위해 부부간 '인적분할'을 장려해야 할 지도 모른다.
"But" (이런 반사회적 주장으로 마무리할 순 없는 노릇이기에)자산도 능력도 없는 기업이 분할해 봤자 경쟁력만 떨어지고 생존조차 위협받는다.

'이혼 시뮬레이션' 전문가 조혜정 변호사의 말마따나 결혼기간의 애정은 갈라설 때는 돈으로 카운트 된다.
게이츠정도는 못되더라도 엔간히 '애정'을 셈해서 분할해 줄 가치를 못 만들어냈으면, 부러워하지도 말고 젖은 낙엽으로 살아갈 일이다(내가 게이츠보다 더 쌓은 건 결혼 기간 밖에 없네. 29 vs 27).


은퇴가 능력이듯 이혼도 능력이다.

After a great deal of thought and a lot of work on our relationship, we have made the decision to end our marriage. Over the last 27 years, we have raised three incredible children and built foundation that works all over the world to enable all people to lead healthy, productive lives. We continue to share a belief in that mission and will continue our work together foundation, but we no longer believe we can grow together as a couple in this next phase of our lives. We ask for space and privacy for our family as we begin to navigate this new life.
- Melinda Gates and Bill Gates

빌&멀린다 게이츠 컴퍼니의 인적 분할…부러운가[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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