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얼? 화가도 사진작가도 모두 나얼 입니다"

머니투데이 남민준 명예기자(변호사) 2021.05.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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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변이 귀를 쫑끗 세우고 왔습니다]

편집자주 사람의 얘기를 전하려 합니다. 그에게서 들은 '그'의 삶에 대한 얘기와 그것이 모인 '그들'의 삶의 얘기를 통해 나와 함께 하지만 미처 내가 알지 못 했던 다른 '삶에 관한 얘기'를,귀를 쫑끗 세워 경청하고 들은 얘기를 들은 대로 전하겠습니다.

"가수 나얼? 화가도 사진작가도 모두 나얼 입니다"


'작가 나얼'을 만나고 왔습니다

네, 생각하시는 그 '나얼'이 맞습니다.

'가수잖아요?'



내 기억으로는 헌법 기본서에 기본권과 관련해 '예술은 주관적·미적 체험을 일체의 형태 언어로 표현하는 행위'라고 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 정의에 따르자면 그를 음악인이나 가수에 한해 칭할 것이 아니라 '예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4월 하순 어느날 저녁, 서울 한남동의 한 식당에서 그를 만나 그의 얘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편의상 존칭을 생략합니다.)



남변: 최근 당신의 사진전을 다녀 왔다. 이미 미술, 사진 등의 분야에서 적지 않은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아는데 이미 활동했던 분야 외에 다른 영역도 생각하는 것이 있는가?

: 특별히 표현의 형태를 정해 생각하지는 않았다. 여행을 하다 어떤 모습이 마음에 들면 가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 온 후 그 느낌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어떤 물건으로부터 생각이 떠오르면 그 물건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어떤 분야라기 보다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 방법에 따라 다를 것 같다.

: 당신이 아주 어렸을 때 그렸던 그림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듣기로는 어머님께서 당신이 아주 어린 시절에 그렸던 그림을 모아 두셨다고 하던데.


: 모두는 아니고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끄적이듯 그린 그림 같은 것들을 적지 않게 모아 두셨다. 그 덕에 그걸 이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 작품은 그 중 하나다. 당연히 대단히 감사한 일이다.

: 굳이 시간적 순서로 얘기를 하자면 가수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작가로서의 삶을 살았으니 작가 나얼이 가수 나얼보다 먼저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대중적으로는 '가수'로서의 유명세가 더 크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가수로서의 유명세가 작가활동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가?

: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외부의 시선은 가수와 작가를 구분하지만 내게는 음악이든 미술이든 내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 스스로는 굳이 그런 구분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유명세가 작가로서의 삶에 방해가 된다기 보다는 유명세 때문에 '가수 나얼이 미술도 해?'라는 반응이 조금 아쉬울 때는 있다.

"가수 나얼? 화가도 사진작가도 모두 나얼 입니다"
: 사실 '당신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인가, 사진은 어떤 의미인가.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앞선 대답으로 이런 질문이 불필요해졌다.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서로 다른 방법이라고 정리하면 되는 것인가

: 그렇다.

: 집과 작업실의 인테리어도 직접 다 한 것으로 안다.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한다. 재능부자라 할 만 한데 이런 감각은 타고 나는 것인가?

: 증조할아버지께서 판소리를 하셨다, 고모와 이모도 미술을 하셨고. 어머니 역시 첼로를 연주하시고. 이런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꼭 선천적, 후천척이라기 보다는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그 경험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 미적 느낌이나 감성을 표현하게 된 것 같다.

: 매우 세속적이지만 현실적인 질문이다. 경제적 측면만을 생각한다면 가수로서의 활동이 작가로서의 활동보다 나을 것 같다.

: 음악이든 미술이든 사진이든 모두 내 생각과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이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나의 생활이다. 경제적인 측면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인간 나얼'의 삶이 궁금하다. 평소 무엇을 하며 지내는가

: 음악을 듣기도 하고 거리를 다니기도 하고 운동도 좀 하는 편이다. 성경공부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한다.

: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성경공부를 제외하고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운동을 하는가

: 피트니스 클럽에 가기도 하지만 야외에서 운동을 하기도 한다.

: 실례되는 얘기지만 적지 않은 나이다. 야외에서 하는 운동이 힘들지는 않은가.

: (웃음) 괜찮았다. 두 어 달에 한 번 정도는 야외에서 운동을 하는 것 같다.

: 매우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 그렇다. 내게 성경을 읽고 복음을 전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나의 작품에는 나의 생각과 감성이 들어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독교적 메시지나 교리가 담겨 있기도 하다.

'작가 나얼로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특별히 어떤 의도나 목적으로 작품활동을 하지는 않는다고 답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면 대단히 영광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종교적 믿음과 관련해 인터뷰가 끝난 후 적지 않은 시간을 내어 종교가 없는 남에게 그의 종교에 관해 얘기해줬다. 별 다른 반문이 필요치 않았는데 기독교와 관련해 내가 평소 물어 확인해보고 싶었던 내용이 그의 얘기 속에 이미 들어 있었다. 그가 그의 믿음에 관해 얘기할 때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열성적이었는데, 그가 무신론자인 내게 꼭 하려 했던 얘기는 그 내용 자체로 앞뒤 모순이 없었고 일부 내용은 '당위는 가능을 전제로 한다'거나 '죄형법정주의 중 명확성의 원칙'과 매우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법률가로서 대단히 인상 깊었다.)

: 최근 당신의 사진전을 다녀 오면서 사진 몇 개를 찍어 두었다(사진촬영을 허용한 전시공간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었는데 작가에게서 직접 설명을 듣고 싶었다.

"가수 나얼? 화가도 사진작가도 모두 나얼 입니다"
미리 말하지만 문외한이니 터무니 없더라도 웃지는 말아 달라, 빛과 빛으로 인해 생긴 그림자를 포착한 사진 같다. 좌측 첫 번째 그림이 제일 좋았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음에도 덜 선명해서. 화면의 구도가 단순해서'

: 직관적으로 그 장면을 피사체로 찍고 싶어 찍은 사진이다. 거기에 정답인 감상평은 없다. 당신이 그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바로 정답인 거다. 그 사진을 보고 내가 느꼈던 그 아름다움을 당신도 느꼈다면.

: 우문현답이다, 그리 얘기해주니 자신감이 생긴다. 사실은 내게도 당신이 선물해 준 작품이 하나 있다. 어떤 작품인지 설명 좀 부탁한다.

: 소장하던 LP에 함께 들어 있던 홍보나 설명을 위한 스티커들을 모아 두었다가 그것들을 이용해 만든 'Long Play'라는 작품이다. 그 스티커들을 이용해 다시 LP 형태로 만든 건데 LP로 상징화할 수 있는 음악산업을 표현해 본 것이다.

Long Play를 배경으로 그와 함께 /사진=남변Long Play를 배경으로 그와 함께 /사진=남변
: 당신에게 고민이나 스트레스의 원인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성을 표현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람으로 인한 고민이나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덜 할 것 같은데.

: 특별한 고민이나 스트레스의 원인은 없다. 사람으로 인한 고민이나 스트레스도 덜 하고. 고민이라기 보다는 신앙생활과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에 관해 항상 신경을 쓴다. 표현하려는 생각이나 감성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을 때는 불만이 쌓이기는 하지만 그 부분 역시 작품의 일부라 생각한다.

: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건처럼 당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 있는가.

: 그렇게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작품에는 소송처럼 승, 패의 결과가 없어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모두 나의 작품이고 표현된 생각과 감정은 모두 다르다.

: 사실 인터뷰에 자주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특별히 시간을 내줘서 무척 감사하다.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 내 자신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음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누군가 이걸 계기로 복음에 관심을 더 가진다면 그 만큼 내게도 더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앞서 얘기한 것처럼 나의 활동은 유명 가수의 취미생활인 작품활동이 아니라 그림, 사진, 음악 모두가 작가로서의 활동이니 많은 응원 부탁 드리고 싶다.

[인터뷰 후기]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사진전을 갔을 때 그가 직접 적은 글이 전시장에 있었습니다.

'그 순간들은 항상 곁에 있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상일 뿐이다.'
'장비는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다. 매일 가지고 다니는 물건인 만큼 작정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일상에서 달아나기 쉬운 순간들을 빨리 담아낼 수 있기에 그걸로 족하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미 과거의 이야기가 돼버리는 그것들은 가슴이 아련해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라는 그의 글을 보면서,

그의 머리 속에는 항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찰나의 휘발성으로 사라지려는 아름다움을 기어이 붙들어 두려는 집념이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김나박이'로 표현된 세평에는 가수로서의 그가 있을지는 몰라도 작가인 그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그를 직접 만나 그의 작품활동에 관한 생각, 그의 신앙에 관한 생각을 들은 후, 그를 만나기 전 전시장에 남겨진 글을 통해 만난 그의 모습이 그의 진짜 모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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