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달러보험, 보험금 원화로도 받는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1.05.0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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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달러보험, 보험금 원화로도 받는다


생명보험사들이 달러보험의 보험금을 원화로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받을 시점에 환율 하락으로 손실 보는 일을 최대한 막겠다는 취지다.

4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최근 업계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달러보험 환 헤지(위험 회피) 방안'을 마련해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달러보험은 통상 보험료를 달러나 원화로 내고 보험금은 달러로 받는 상품이다.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보고 떨어지면 손실을 본다. 주식이 오르면 이익을 보고 하락하면 손실을 보는 변액보험과 구조가 비슷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달러의 변동성이 큰 데다 종신보험과 같은 장기보험은 보험금을 받는 시점이 먼 미래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환율 하락으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고령자들이 환율 변동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상품에 가입했다가 나중에 금전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에 환율하락에 대비한 환차손 보증비용이나 이에 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당장 오는 7월부터 환 헤지 방안을 적용해 상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환차손 보증비용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산출한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막대해 상품 개발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안으로 거론된 환 헤지를 위한 외환스왑을 활용하는 방식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외환스왑은 대표적인 환위험 회피수단으로,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식의 거래다. 주로 1년 이하 단기자금을 조달할 때 쓰인다. 현재 스왑시장에서 거래되는 스왑상품은 주로 6개월 이내 단기 매물이라 장기상품인 보험과 '매칭'하는 것이 어렵다.



업계는 대신 계약자가 원할 경우 적립금 일부나 전부를 당시 환율을 적용해 원화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예를 들어 20년 후 만기인 달러종신보험에 가입한 경우, 5년 시점에 환율 하락이 불안해 원화로 바꾸겠다고 하면 15년 후 보험료 납입 만기가 끝나고 보험금을 달러가 아닌 원화로 받게 해준다는 것이다.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에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있어 소비자에게 오히려 유리하다. 다만 납입이 끝나고 보험금을 받는 시점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때 달러와 원화 중 선택해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변액보험처럼 가입할 때 고객들에게 적합성 진단을 하고, 특히 고령층 가입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달러보험의 퇴출만은 피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달러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등은 달러보험 판매가 중단되면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전체 판매 상품 중 달러보험 비중이 50~60%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달러보험 판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당국은 조만간 업계의 의견을 검토한 후 추가로 보완사항 등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업계 의견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라며 "추후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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