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사옥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소각하는 자사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10.8% 규모다. 이는 국내 4대 그룹 자사주 소각 사례 중 발행주식 총수 대비 물량으로는 최대다. 금액으로는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삼성전자는 2018년 20조 원이 넘는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 14일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사업을 하는 'SKT사업회사'(존속법인)와 'SKT투자전문회사'(신설회사)로 인적 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적 분할은 분할하는 회사의 지분을 각각 기존 보유 지분만큼 나눠 갖는 주주 친화적인 분할 방식이다.
당시 주주들이 반발하던 물적분할 가능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와관련, SK텔레콤측은 SK와 신설 SK지주사간 합병에 대해서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자사주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00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취득했고 최근까지 장내 주식을 매입해 기존 760만주의 자사주를 960만여주로 확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고 SK와 신설회사간 합병 통로로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간 자사주를 활용해 현물 출자 및 유상증자 과정을 거치면서 SK가 SKT 신설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현재(26.8%)보다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SK와 SKT 신설회사 간 합병 시, 대주주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자사주 소각 결정으로 이같은 일말의 가능성을 확실히 불식했다는 평가다.
주가부양·지배구조 개편…모두 잡는다
박정호 SK텔레콤 CEO는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기업분할 취지와 회사 비전을 상세히 설명했다./사진=SKT
실제 이날 SK텔레콤 주식은 장 초반 32만20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전 11시 40분 기준으로는 전 거래일보다 0.66% 오른 30만 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지난 4월 인적 분할 추진 발표에 이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SK텔레콤의 확고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선진화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SK그룹에서 강조하는 ESG 경영(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과 맥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소각 후 잔여 자사주 90만 주에 대해서는 향후 '구성원 주주참여프로그램'과 기 부여한 스톡옵션 등에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행한 '구성원 주주참여 프로그램'은 구성원들이 성과급의 일정 비율을 현금 대신 회사 주식으로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올해는 12만1000주 규모로 시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구성원들이 직접 주주로 참여해 회사의 성장과 자신의 성장을 연계하는 선진화된 보상체계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자사주를 활용한 보상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