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가 3일(현지시간) 27년 만에 이혼을 결정했다고 공동성명을 통해 밝혔다./사진=로이터
/사진=빌 게이츠 트위터
게이츠 부부 관계의 분열은 이혼 신청서에서도 감지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시애틀 지방법원에 제출한 이혼 신청서에 "법적인 결혼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깨져버렸다"고 썼다. 멀린다는 과거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2019년 영국 선데이타임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결혼 생활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다"고 했다.
사회 공헌 활동 함께해온 부부
/사진=로이터
이 시각 인기 뉴스
두 사람은 빌이 MS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2000년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뒤, 빈곤과 질병 문제를 퇴치하고 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빌은 자선 활동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MS 이사회에서도 물러났다. 멀린다는 재단 공동 의장을 맡아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이 재단을 통해 기부한 금액 규모만 50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재단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지금까지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해 총 17억5000만달러(약 1조 9653억원)를 기부했으며, 92개 저소득·중소득 국가에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지원하기 위한 코백스(COVAX)도 지원했다.
로브 라이히 스탠포드 대학 정치학 교수는 NYT에 "게이츠 재단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자선 단체"라며 "두 사람의 이혼이 전 세계에 걸친 게이츠 재단의 사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이츠 부부는 사회 공헌 활동은 재단 운영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2010년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라는 자선 단체도 설립했다. 기빙 플레지는 전 세계 대부호 중 생전 혹은 사후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만이 회원이 될 수 있는 일종의 기부클럽이다. 올해 김봉진 우아한형제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여기 가입하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앞서 빌은 세 자녀에게 각각 1000만달러씩 상속하고, 재산의 90% 이상은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재산 분할은 어떻게?
4일(미국시간) 기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가 평가한 부자 순위. 빌 게이츠는 1460억달러로 4위에 올라 있다. 기관마다 평가액은 다르다.
게이츠 부부는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들이 결혼 전에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고 썼다. 두 사람은 법원에 "이혼 신청서에 명시된 대로 공동 재산, 사업 이익, 부채를 분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재산 분할 규모나 방식 등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외신들은 게이츠 부부의 재산 분할이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두 사람의 재산은 현재 1300억달러(약 146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빌은 260억달러(약 29조원) 상당의 MS 주식 1.37%를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빌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베르나르 아르노 모에에네시루이뷔통(LVMH) CEO에 이어 세계 네 번째 부호다.
NYT에 따르면 게이츠 부부는 미국에서 가장 큰 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재산은 빌이 소유한 투자회사 케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관리되고 있으며 포시즌스 호텔, 캐나다 국영철도 등에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NYT는 "멀린다가 빌이 소유한 MS 주식 일부를 받는다면 새로운 재단을 설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