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어쩌다 이렇게 됐나… '오너 리스크의 끝판왕'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1.05.0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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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물량 밀어내기 갑질 논란부터 올해 불가리스 사태까지… 불매운동 확산에 홍 회장 사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홍원식 남양유업 (477,000원 ▼22,500 -4.50%) 회장이 불가리스 논란 등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대국민 사과에 나선 홍 회장은 울먹이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발효음료 불가리스가 코로나19(COVID-19)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무리한 홍보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창사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면서다. 업계에서는 대리점 물량밀어내기 갑질을 시작으로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사건, 경쟁사 비방 댓글 등 잇따른 사건·사고에도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뼈를 깎는 경영 쇄신에 나서기보다는 불통의 오너경영을 고수한 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온 국민이 코로나19(COVID-19)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남양유업이 처음 논란을 일으킨 것은 2013년 5월이다. 당시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 사건으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크지 않은 상품들을 본사에서 대리점에 강매하는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이후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을 거쳐 대국민 사과를 했고, 갑질 근절을 약속했다. 이때 홍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모습을 보이진 않았고 경영진들만 공식석상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했다.

2013년 6월에는 남양유업이 여직원의 경우 결혼하면 계약직으로 신분을 바꾼 뒤 임금을 깎고 각종 수당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며 또 한번 문제가 됐다. 임신해도 출산 휴가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19년에는 외조카 황하나씨가 마약 범죄 사건에 연루됐다. 홍 회장은 이때 사과문을 냈다.
남양유업 본사 전경/사진= 박미주 기자남양유업 본사 전경/사진= 박미주 기자
지난해엔 경쟁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작성한 사실로 논란이 됐다. 지난해 초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온라인 카페 등에 경쟁사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남양유업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올해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를 코로나19와 연관해 홍보하면서 공분을 샀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자사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와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이 공동 수행한 동물 세포실험 결과 불가리스에 있는 특정 유산균이 바이러스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불가리스 7개 제품 중 1개 제품에 대해서만 세포 시험을 하고 전체 제품이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처럼 특정했다며 지난 15일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30일 경찰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2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분도 통보했다. 세종공장에서는 남양유업 제품의 40%가 생산되고 있다.
남양유업 CI/사진= 남양유업남양유업 CI/사진= 남양유업
특허침해 의혹도 최근 불거졌다. 남양유업이 지난 2월 출시한 건강기능식품 '포스티바이오틱스 이너케어' 용기가 hy(옛 한국야쿠르트) '엠프로3' 용기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모든 사태로 10여년간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지난해에는 영업적자를 내는 등 회사가 존폐 위기에 처하자 홍 회장이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홍 회장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은 오너리스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회장은 창업주인 홍두영 명예회장으로부터 남양유업을 물려받아 성장시킨 2세 경영인이다. 홍 회장은 대학졸업후 70년대 후반부터 경영에 참여, 국내 유가공산업을 고도화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절 무차입 경영을 국내 최초로 실현하는 등 젊은 시절에는 주목받는 경영인이었다.

하지만 유가공산업의 주역이라는 과도한 자부심이 오히려 이후 불통경영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남양유업의 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남양유업이 영입한 전문경영인이나 임원들이 합류한 지 얼마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는 등 홍 회장의 불통경영의 폐해는 업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남양유업의 대응을 보면 적극적으로 사과하기보다는 책임을 회피하고 자사 입장만을 강조해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많았다. 이는 담당 임직원보다는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판단과 고집에 따른 무리한 대응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알려져있다"며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기회들이 분명 있었지만, 오너리스크로 인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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