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아이오닉5에서 이 옵션 빼시면 5월에 출고됩니다"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05.0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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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오닉 5 스퀘어에서 현대자동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 5'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오닉 5 스퀘어에서 현대자동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 5'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고객님, 아이오닉5에서 4륜 옵션을 빼시면 이번달 안에 차 받으실 수 있습니다"

현대차 (235,000원 ▲4,000 +1.73%)가 아이오닉5의 일부 옵션을 제외한 고객에게는 빠르면 이달안에 신차를 받을 수 있게 출고를 앞당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아이오닉5 양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해당 옵션은 4륜구동(AWD), 컴포트 플러스 등이다.

현대차가 제조사 입장에서 차값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하지 말라고 소비자한테 설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현대차가 옵션을 덜어내는 이유는 이미 테슬라가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서다.



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5 계약 고객들에게 옵션 사항을 제외할 경우 빠르면 이달 안으로 출고를 앞당길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해당 옵션은 AWD, 컴포트 플러스, 프레스티지 초이스 등으로 알려졌다. 이달 올해 최악의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특정 '트림'이 아닌 옵션으로 출고 시점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있던 기본 사양을 빼고 출고를 앞당기는 '마이너스 옵션'은 현재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사양이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출고 가격 역시 저렴해진다.

아이오닉5는 이미 반도체 공급난 이외에도 구동 모터 생산 설비 문제 등으로 지난달 목표 생산량에서 4분의1로 감축한 바 있다.

기아 K8·카니발은 이미 '마이너스 옵션' 공식 시작…현대차 "아이오닉5는 해당 사항 아냐"
기아차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비트360에서 준대형 세단 K8을 선보이고 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장착된 K8은 기아의 로고 변경 후 출시된 첫 모델로 판매 가격은 3279만원부터 4526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 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기아차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비트360에서 준대형 세단 K8을 선보이고 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장착된 K8은 기아의 로고 변경 후 출시된 첫 모델로 판매 가격은 3279만원부터 4526만원(개별소비세 3.5% 기준) 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기아는 이미 공식적으로 '마이너스 옵션'을 내놓은 상태다. 기아는 지난 30일 최근 인기 차종인 중대형 세단 K8과 미니밴 최강자 카니발 구매 고객들이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구매 고객들이 좀더 앞당겨 차를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실제로 K8의 경우 노블레스 이상 트림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후방주차충돌방지보조'와 '원격스마트주차보조' 기능을 제외할 경우 차값에서 40만을 깎아준다.

카니발도 노블레스 이상 트림의 기본 옵션인 스마트파워테일게이트 기능을 넣지 않아도 40만원을 경감해준다. 이 기능은 스마트키의 락(Lock)·언락(Unlock) 버튼을 일정 시간 누르면 테일게이트(트렁크 용도로 쓰이는 뒷문)와 슬라이딩 도어를 동시에 열고 닫을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와 별도로 카니발 스마트키 일부 사양도 버튼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족에 따라 해당 기능이 적용돼 있지 않은 스마트키를 먼저 고객에게 준 뒤 오는 6월 이후 원래 기능 포함된 스마트키로 교체 지급할 예정이다.

테슬라 물량 공세로 빠르게 소진 중인 보조금…'옵션' 빼면서 현대차가 서두르는 이유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7일 서울 용산구 아이오닉 5 스퀘어에서 아이오닉 5가 공개되고 있다. 2021.03.19.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7일 서울 용산구 아이오닉 5 스퀘어에서 아이오닉 5가 공개되고 있다. 2021.03.19. [email protected]
현대차의 '옵션 다이어트'는 전기차 보조금 조기 소진 우려가 그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3와 모델Y의 고객 인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면, 현대차는 양산차질로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계약 물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이 출고돼 고객에게 인도를 시작해야 신청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 국고 보조금에 지역 보조금이 더해지는 형태로, 차량 구매 계약을 맺은 뒤에만 신청할 수 있으며 접수 시점 기준으로 2개월 내에 차량이 출고돼야 한다.

그러나 출고 전에 지자체의 보조금이 소진되면 국고 보조금이 남아 있더라도 지역 보조금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전기차 수요가 높은 서울과 부산은 보조금 소진 속도가 특히 빠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9월에 보조금이 소진된 바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의 전기승용차 보조금 지급 공고 대수 대비 접수율(보조금 신청)은 80.2%다. 부산은 58.4%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 부산 모두 법인 전기차 보조금은 초과됐지만 일반 신청 물량은 여유가 있다"며 "지자체와 추경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옵션을 제외하면 출고를 빨리할 수 있다는 안내를 고객들에게 보내고 있다"면서 "다만 출고가를 낮추고 기본 사양을 일부 제외하는 마이너스 옵션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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