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자 모양 손가락 '남혐' 주장…과거 일베 논란과 닮았다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1.05.0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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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 GS25 불매합니다", "경찰에도 메갈 있네"



일베 등 남초 커뮤니티에서 GS25, 경찰 등을 향한 혐오 반응이 나오고 있다. 메갈리아의 상징으로 불리는 엄지와 검지를 C자 형태로 만든 손 모양 GS25, 경찰 등에서 만든 홍보물에서 발견되며 '남혐'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방송가에 일베 논란이 일었던 것과 유사하다.

'남혐' 논란을 일으킨 GS25와 경찰청은 즉각 사과문을 올렸지만 일부 커뮤니티는 SNS에 올려진 과거 게시물들을 찾으며 C자 모양 손가락만 있으면 '남혐'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남혐, 여혐이 반복을 넘어 혐오가 정당화되고 다른 집단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GS25 게시글 중 메갈리아의 손 상징과 비슷한 모양을 한 게시글을 찾고 GS25를 '남혐 기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표시한 부분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남혐'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남초 커뮤니티에서 GS25 게시글 중 메갈리아의 손 상징과 비슷한 모양을 한 게시글을 찾고 GS25를 '남혐 기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표시한 부분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남혐'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C자 모양 손가락만 나오면... "남혐이다"
이번 '메갈' 논란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더 커졌다. '여성 혐오'를 보인 일베를 미러링(똑같이 갚아주는 것)하기 위해 테어난 '메갈리스'가 역미러링 당하고 있다. 특히 해당 손 모양은 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는 것을 조롱하는 의미로 전해진다.

지난 2일 GS25에서 '감성 캠핑' 홍보 포스터에 메갈리아 상징을 의미하는 손 모양이 들어가 있었다. 경찰청 홍보물에서도 이 손 모양이 들어있어 문제가 됐다. 앞서 유튜브 채널 '왜나면하우스'도 해당 손 모양 때문에 곤혹을 치뤘다.

논란이 계속되자 GS25는 수정을 거듭한 끝에 포스터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GS25는 "불편을 겪으신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경찰도 "특정 단체와 전혀 관계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사과와 해명에도 일부 남성 중심 커뮤니티는 계속해서 해당 손 모양을 찾고 있다. 이들은 GS25의 SNS 계정에서 과거 올렸던 게시글들을 모두 보며 남혐 표현이 포함됐다고 생각되는 제작물들을 찾았다. 이어 GS25를 남혐 기업이라고 못 박고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다른 편의점 브랜드인 CU에서도 비슷한 손 모양이 있다며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손 모양도 메갈리스의 상징으로 몰아가는 현상이 심해지자 이를 조롱하는 글까지 올라오는 상황이다.

온라인 패션플랫폼 무신사는 홍보물에 비슷한 논란이 일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구도"라며 "그동안 수 없이 만들어진 디자인과 유사한 구도의 이미지까지 문제 삼는다면 이는 분명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 또 다른 혐오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유없는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좌)GS25에서 올린 '전화 한통으로 생명을 구한 GS25 스토어매니저' 이미지. 일부 누리꾼들은 여기에도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손 모양이 2개나 있다고 주장한다. (우)일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GS25 불매운동' 이미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좌)GS25에서 올린 '전화 한통으로 생명을 구한 GS25 스토어매니저' 이미지. 일부 누리꾼들은 여기에도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손 모양이 2개나 있다고 주장한다. (우)일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GS25 불매운동' 이미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남혐, 여혐 넘어 男女 성대결로 치닫는다
메갈리스의 손 모양은 과거 일베 논란과 닮았다. 일베 상징이 들어간 이미지를 일부 방송사가 사용하면서 '여혐' 논란이 됐다. 지난 2월 경기도 여주교육지원청에서 만든 홍보 동영상에서 일베에서 편집한 영화 '부산행' 포스터를 홍보 영상에 그대로 갖다 써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남혐, 여혐을 넘어 남녀 성간 대결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들과 여성들은 상대의 성을 경쟁집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빠르게 확산됐고, 불공정하게 대우를 받는 것도 다 상대의 성 때문이라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혐 역미러링 이미지도 SNS, 댓글 등으로 빠르게 확산됐다"며 "메갈리아, 일베 같은 커뮤니티 등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게 상대 성 때문이라고 간주하고 '자기 집단만 옳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상대성에 대한 강한 불만 표출 때문에 혐오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콘텐츠 등을 제작할 때 2030세대의 성 관념을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내부에서만 콘텐츠를 검토할 게 아니라 외부 일반인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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