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끝낸 삼성…남은 변수는 32조 전자 주식 '강제매각'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오문영 기자 2021.05.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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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이재용 경영승계, 남은 과제는-①

편집자주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 상속을 '황금분할'로 마무리했지만 남은 과제는 적잖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삼성생명법'을 비롯해 외부 변수가 여전하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도 난제로 꼽힌다. 혜안이 절실한 시기다.

상속 끝낸 삼성…남은 변수는 32조 전자 주식 '강제매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강화의 열쇠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절반(10.38%)을 물려받으면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이재용 체제'의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생명법 통과 여부와 법안 내용에 따라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3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제출한 2가지다. 두 법안 모두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 총자산의 3%로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른바 '3%룰'이다. 고객 돈을 운용하는 보험사의 과도한 계열사 투자를 막기 위한 취지다.

현행법으로는 삼성생명 (78,700원 ▲700 +0.90%)이 취득원가 기준으로 5444억원인 삼성전자 (79,500원 ▲600 +0.76%) 주식 8.51%를 합법적으로 보유할 수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 총 자산(지난해 말 기준 약 310조원)의 3%인 9조3000억원을 초과하는 시가 기준 32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지분율로 6.6% 규모다. 삼성화재도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1.49%) 가운데 0.5%가량을 같은 이유로 내놔야 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이 부회장 중심의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된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지난 4월30일 이 회장의 지분 상속 이후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로 확정됐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 이 회장 당시 지배구조의 핵심지분이었던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3%룰'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두 회사의 삼성전자 합계 지분율이 10.00%(8.51%+1.49%)에서 3%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이 부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21.18%에서 14%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140,700원 ▲1,900 +1.37%)삼성생명 (78,700원 ▲700 +0.90%) 등을 지렛대 삼아 삼성전자 경영권을 확보하는 연결고리가 그만큼 약해지는 셈이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경우 임원 선임이나 해임, 정관변경, 합병 등 주요 안건 결의에 한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쳐 발행주식의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11조를 따르더라도 의결권 지분이 1% 남짓 줄어들게 된다. 이를 피하자면 어떤 식으로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279,500원 ▲2,500 +0.90%)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그룹 계열사 내부에서 소화해야 한다.


상속 끝낸 삼성…남은 변수는 32조 전자 주식 '강제매각'
전문가들이 거론하는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신 인수하는 방안이다. 인수자금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삼성전자에 매각하면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크게 두가지 문제가 남는다. 우선 천문학적 세금이다. 법인이 보유주식을 팔면 매각차익의 22%에 달하는 법인세를 포함해 각종 세금을 물어야 한다. 삼성물산에 삼성전자 주식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물어야 하는 법인세만 최근 주가 기준으로 7조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매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세금까지 합하면 법인세만 8조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룹 전체로 보면 실제로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없는데 시세차익 명목으로 조단위 세금만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다. 총수 개인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가 대대적인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막대한 법인세와 논란을 무릅쓰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려 해도 또다른 문제가 있다. 현행법에선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삼성물산(지난해말 기준 자산총액 54조3317억원)이 32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인수하면 지주사로 전환되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추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18% 이상 매입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계 한 인사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문제는 19대 국회 당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4년 처음 발의하면서 6년 이상 논의를 거듭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한 문제"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여러 계열사와 총수 일가가 나눠 인수하는 방안 등을 두고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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