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지난달 30일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관련 소송 3차 변론 후 밝힌 공식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만이 트래픽 증가를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근본적인 해답은 '기술 혁신'에 있다"고도 했다. 요컨대, 콘텐츠제공업자(CP)인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만들 뿐, 콘텐츠를 최종 이용자(넷플릭스 가입자)에게 전달(전송)하는 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몫이라는 것이다. 국내 통신업계에선 "막대한 트래픽 유발로 국내 ISP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지금처럼 공짜로 인터넷망을 이용하겠다는 '유체이탈식 화법'"이란 반응이 나왔다.
방통위 재정 불리 예상되자 소송으로 '국면전환' SK브로드밴드는 OTT 이용 급증과 코로나19 확산에 지난 3년 간 넷플릭스 트래픽이 30배 가량 늘어나고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생기자 수조원대 망 설비 투자를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넷플릭스의 하루 평균 국내 트래픽 비중은 4.8%로 구글(유튜브·25.9%)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넷플릭스 작년 매출 4155억, SKB "부당이득"
반면, SK브로드밴드(법률대리인 세종)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네트워크 인프라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380만 가구의 유료가입자를 끌어모아 4155억원의 매출액과 8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망 이용대가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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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만 유료"라더니 "SKB완 접속 아닌 연결" 재판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들고 나온 핵심 논거는 '전송료' 개념이다. 넷플릭스는 네트워크 '접속'(access)과 '사용'(usage) 또는 '전송'(delivery)을 구분해 "누구든 인터넷 접속을 위한 대가를 내면 내트워크 내 사용 또는 전송 대가는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접속료는 낼 수 있지만 전송은 이용자가 가입한 ISP의 의무이므로 CP의 전송료 지급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른바 '접속 유료-전송 무료' 프레임이다.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대가는 인터넷 접속 고정비용인 접속료와 시간·사용 대역폭에 따른 변동비용인 전송료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인터넷 '접속'은 데이터 '송신 또는 수신'을 전제로 하거나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접속'과 '전송'은 분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우리가 요구하는 망 이용대가가 접속료를 포함하므로 (넷플릭스) 스스로가 인정한 접속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3차 변론에선 "SK브로드밴드와는 접속이 아닌 연결만 했기 때문에 접속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항소·상고 법정 공방 장기화?…절충·타협 전망도통신업계에선 이번 법정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1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번 소송이 넷플릭스의 채무부존재 여부를 다투는 재판인 만큼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실제로 받아내려면 넷플릭스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등 별도의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선 양측이 절충점 찾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와 때가 되면 만나자고 했다. 한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했다. 만남이 성사된다면 콘텐츠 제휴 이슈 외에 망 사용료 갈등의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