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공매도 재개…'먹잇감' 우려되는 종목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강민수 기자 2021.05.03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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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선 베이시스 왜곡해소 등 금융시스템 정상화, 外人자금 유입 기대감↑ vs 대차물량 급증·실적부진 종목군 우려도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6.21p(0.83%) 내린 3,147.86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4p(0.73%) 하락한 983.45, 원·달러 환율은 4.10원 오른 1,112.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1.4.30/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6.21p(0.83%) 내린 3,147.86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24p(0.73%) 하락한 983.45, 원·달러 환율은 4.10원 오른 1,112.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1.4.30/뉴스1


공매도가 14개월만에 재개된다. 코스피200, 코스닥150에 편입된 국내 양대 증시 대형주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주가하방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경계심리가 높아진 모습이다. 국내 증시는 지난달 30일까지 나흘 연속 약세 흐름을 이어가며 코스피가 3200 아래로, 코스닥이 1000 아래로 밀려났다.



전주말 증시에서 건설업, 철강업 등 4월 강세장에서 강한 상승흐름을 보였던 업종이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것도 공매도 재개로 기존 상승폭을 상당 부분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6개월→15개월… 험난했던 '공매도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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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매도 해제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공포가 극심했던 무렵 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단행한 후 약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당초 6개월(2020년 3월16일~9월15일)이었던 공매도 전면금지 기간은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 3월15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다가 다시 5월3일로 미뤄졌다.



'동학개미' 군단의 거센 반대 여론이 들끓었던 데다 여당 지도부 등 정치권이 이에 호응에 '공매도 금지 연장' 목소리에 힘을 보태면서 공매도 재개는 또 미뤄졌다. 이번 해제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원상복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양대 시장의 대표종목들에만 국한되는 제한적 해제다.

당국은 그간 '기관·외국인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공매도 투자에 개인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신용융자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등 사전 조치를 취했다.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의 수도 종전 6개사에서 17개사로 늘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불법 공매도 감시체계 강화도 공매도 재개를 위해 당국, 한국거래소 등이 취한 조치다. 그만큼 공매도 재개가 이뤄지기 어려웠음을 방증한다.

증권가 "공매도 시장영향 최소 중립적, 대형주는 수혜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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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만의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증권가에서는 부정적 영향보다 긍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 삼성증권은 공매도 재개에 대해 "긍정과 부정 요인이 혼재된, 가치중립적 성격"이라며 "시장 거래 및 제도 환경의 정상화 과정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또 "국지적으로 코스피200, 코스닥150 벤치마크 내 일부 업황·실적 부진주와 인덱스 편출우려 종목군을 겨냥한 수급 노이즈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펀더멘털 기반 종목간 차별화 등 공매도 재개의 나비효과를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외국인의 자금유입 기대감도 높다. 장기간 공매도 금지로 인한 금융 시스템 왜곡이 해소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것이다. 이나예·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이후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을 밑도는 백워데이션 국면이 지속됐는데 이는 '선물매수-현물매도' 형태의 매도차익거래 확대 유인으로 작용했다"며 "공매도가 재개되면 현물매도 포지션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백워데이션 기조가 점진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간 공매도 금지조치로 현물 공매도가 불가능해지면서 기관·외국인은 현물 공매도가 아닌 선물 매도로 숏포지션을 구축해왔다. 이로 인해 선물매도가 정상 수준 대비 과도하게 이뤄짐으로써 현·선물 베이시스(가격차)가 왜곡됐고 프로그램 차익매매까지 영향을 받았다. 공매도 재개는 이같은 왜곡을 해소해 외국인 자금 유입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다만 공매도 재개의 수혜는 대형주에만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직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의 일간 공매도 대금은 각각 1조원, 2000억원으로 거래대금의 8.4%, 4.3%를 차지했다"며 "코스피200은 현·선물 가격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반면 코스닥150의 선물 대비 현물 고평가 폭은 크다"고 했다.

노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재개 이벤트가 코스피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향후 중소형주 대비 대형주의 상대수익률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증시 무게 중심은 공매도 재개 이벤트를 거쳐 점차 대형주로 이동할 것으로 보여 포트폴리오 내 대형주 비중을 확대하는 투자전략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종목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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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충격이 우려되는 업종·종목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 비율이 높은 종목군에 코스피에서는 롯데관광개발 (9,430원 ▼290 -2.98%)(6.69%) 호텔신라 (57,200원 ▼800 -1.38%)(3.17%) 셀트리온 (179,700원 ▲1,000 +0.56%)(2.83%) 두산인프라코어(2.6%) 인스코비(2.17%) 등이, 코스닥에서는 신라젠(9.06%) 케이엠더블유(4.88%) 에이치엘비(4.63%) 에이팸(2.4%) 상상인(2.14%)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미 공매도에 노출된 정도가 크다는 점에서 위험종목군으로 분류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잔고 부담은 공매도 금지 기간 이후에도 공매도 잔고가 상당량 남아있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공매도에 노출된 종목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다만 전 연구원은 "주가가 상승 반전할 경우 해당 공매도를 '숏커버(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재매입)'해야 하는 수급적 요인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양면적 의미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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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잔고는 투자자들(주로 기관 및 외국인)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으로, 보통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최근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평가다. 코스피에서는 CJ CGV (5,860원 ▲60 +1.03%)(81%, 이하 3월말 대비 대차잔고 증가율) 보령제약 (11,110원 ▼10 -0.09%)(54.7%) 롯데정밀화학(50.4%) SKC(48.8%), 코스닥에서는 엔케이맥스 (2,020원 ▲176 +9.54%)(69.3%) 에이치엘비생명과학 (17,550원 ▲240 +1.39%)(63.9%) 에이치엘비(59.9%) 다원시스(54.8%) 등이 대차잔고 증가율이 높은 종목으로 꼽혔다.

아울러 실적 우려가 제기되는 종목은 공매도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는 평가도 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말 대비 대차잔고가 늘어난 종목 중 향후 이익 기대감이 낮아진 데다 목표주가 하향폭도 상대적으로 큰 종목으로 △오뚜기 (411,000원 ▼500 -0.12%)두산퓨얼셀 (18,330원 ▼570 -3.02%)엔씨소프트 (170,500원 ▲100 +0.06%) △한국전력 △LS ELECTRIC △휠라홀딩스 △파트론 △케이엠더블유 등을 꼽았다.

유안타증권도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CJ CGV △제이콘텐트리 (14,440원 0.00%)GKL (13,820원 ▼20 -0.14%)대우조선해양 (34,750원 ▲2,550 +7.92%) △HMM △금호석유 △오스템임플란트 △실리콘웍스 등을 우려종목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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