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뮬리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남일(44) 성남FC 감독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이날 뮬리치(27·세르비아)와 이스칸데로프(28·우즈베키스탄) 모두 출전명단에서 제외된 배경을 두고 "의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뮬리치는 팀 내 최다 득점(4골), 조커 이스칸데로프는 5경기 1도움을 기록 중인 외국인 선수들이다.
이유가 있었다. 이슬람교도들이 먼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 '라마단'이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이들 모두 무슬림이라는 점이다. 라마단은 무슬림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로, 이슬람교도들은 이 기간 철저하게 금식한다. 해가 지기 전까진 물조차 안 먹을 정도다.
김 감독은 결장 배경에 대해 "다른 이유는 없다.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며 "훈련할 때도 둘 다 의욕이 없었다. 그런 차원에서 출전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팀 내 최다득점 선수이자 4월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은 뮬리치가 교체 명단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1로 맞서던 후반 12분 상대 자책골로 리드를 잡긴 했지만, 이후 승부에 쐐기를 박을 만한 기회는 잡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39분 나상호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2-2로 비겼다. 3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긴 했지만 연속 경기 무승은 4경기(1무3패)로 늘었다.
아무래도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경기 후 김남일 감독은 "연패를 끊은 건 만족스럽지만, 실수로 인해 두 번째 실점을 내준 만큼 아쉬운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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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성남에 몰아친 라마단 변수가 다음 경기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성남은 오는 9일 울산 원정길에 오르는데, 라마단은 12일에 끝난다. 뮬리치와 이스칸데로프 모두 이때까지는 해가 질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셈이다. 훈련장에서조차 의욕이 떨어져 있는 모습을 더 봐야 한다는 의미다.
김남일 감독 역시 "다음 경기도 상황을 봐서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며 "남은 시간 동안 선수 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 선수 구성도 여의치 않은데 울산인데다 원정인 만큼 여러 고민들을 좀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은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돌입했는데, 라마단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성남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