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잡은 SK '배터리 동박'…LS가 속쓰린 4년 전 결단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4.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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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잡은 SK '배터리 동박'…LS가 속쓰린 4년 전 결단


"결과를 놓고 보면 LS그룹이 아쉬울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속이 쓰릴 겁니다."



배터리(2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가 30일 역대 최대 규모의 1분기 실적(매출 1420억원, 영업이익 167억원)을 발표하자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SK넥실리스는 LS엠트론이 2017년 매각한 동박·박막 사업부가 모태인 회사다. LS엠트론이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넘긴 뒤 KKR이 2년여만인 2019년 SKC에 다시 매각했다.



LS엠트론이 동박사업부를 매각한 뒤 세계 각국의 친환경정책을 등에 업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동박사업의 가치가 동반 상승했다. LS그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그룹 내부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너무 안이하게 매각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재무부담에 매각 결단…4년만에 '아차'
배터리용 동박이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배터리용 동박이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동박(銅薄)은 구리를 얇은 종이처럼 만드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제작하는 데 필수소재다. 배터리용 동박은 얇을수록 음극활물질을 많이 채울 수 있어 배터리 고용량화와 경량화에 유리하다.


얇은 동박을 길게 만드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동박이 얇을수록 쉽게 찢어지고 주름이 생기기 때문이다. LG그룹의 전선업체로 출발한 LS엠트론은 동박사업부를 운영할 당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지 않았던 2017년 이전까지 동박사업은 신통치 않았다. 전기차 사업 자체의 성장성을 두고도 전망이 엇갈리던 시기였다. LG화학도 당시에는 배터리 사업 적자 누적 때문에 주주들에게 갖은 구받을 받았다. 당시에 동박사업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재무 부담이 더 가중됐을 수 있다는 게 LS엠트론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LS그룹이 동박사업에 상당한 투자를 하다가 2017년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추자마자 매각했다"며 "보수적인 경영문화의 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인사는 "LS엠트론 입장에서는 부품·소재사업에서 적자가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매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동박사업은 성장세가 기대되던 시장이었던 데다 매각 2년여만에 KKR이 SKC에 4배에 달하는 가격을 받고 재매각하면서 뒷말을 남겼다"고 말했다.

LS엠트론 동박사업부는 2017년 당시 LS오토모티브와 묶여 패키지딜로 1조500억원에 매각됐다. LS엠트론은 당시 동박사업부 매각액으로 3000억원, LS오토모티브 매각액으로 7500억원을 공시했다. 공시대로라면 KKR가 3000억원에 사들인 동박사업부를 SKC는 2년 뒤인 2019년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팔고나니 대박…SK 배터리 사업 '도약'
테슬라 잡은 SK '배터리 동박'…LS가 속쓰린 4년 전 결단
LS엠트론은 2017년 당시 동박사업을 정리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트랙터, 사출기 등 기계전문업체로 전환하는 작업이 추진됐다. 강화된 부문이 성장성이 없는 사업은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동박보다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공교롭게도 LS엠트론은 동박사업을 매각한 다음해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1~2년 사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동박은 품귀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동박 수요는 2025년 14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4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LS엠트론의 동박사업을 품에 안은 SKC는 동박사업 실적이 완전히 반영된 지난해 영업이익이 1908억원으로 전년보다 36.5% 늘었다. 올 1분기 실적도 매출 7846억원, 영업이익 818억원으로 10년만의 분기 최대다.

SKC는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핸된 이날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글로벌 최대 전기차 기업의 배터리용 동박 판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SKC가 언급한 곳은 미국 테슬라다. 이미 동박 인증을 마친 상태로 일본 파나소닉을 통한 납품을 앞둔 상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C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이 각각 2721억원, 318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S그룹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계열사 전체 사업구도에서 현재 실적이 좋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LS그룹과 SK그룹이 모두 전기차부품과 소재 등을 성장동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부분에서 동박사업 매각은 아쉬운 결정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동박 시장 성장세와도 연결된 신재생 에너지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저케이블 등을 발판으로 LS전선을 포함한 그룹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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