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후 인터뷰에 나선 박찬호./사진=KPGA
박찬호가 4월 29일 전북 군산의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 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에 아마추어 추천 자격으로 나온다는 소식은 대회 약 열흘 전에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사실 결정은 이미 돼있었으나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이 열리고 있던 터라 한국프로골프(KPGA) 협회 측은 미리 발표하지 못했다. 대회보다 박찬호 쪽에 관심이 쏠릴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성적은 컷탈락. 아마추어들이 나서기에는 어려운 코스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강풍이 그를 괴롭혔다. 첫 날에는 12오버파, 둘째날에는 버디 2개를 잡았지만 17오버파를 쳐 1, 2라운드 합계 29오버파 171타로 최하위를 기록,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의 말대로 '오너'를 3번 경험했다. 박찬호는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13번홀에서 처음으로 프로들보다 먼저 티샷에 나섰다. 13번홀(파3)에서는 세 선수 모두 파 세이브를 해 박찬호의 오너는 이어졌다. 그리고 14번홀(파4)에서 또 한 번 먼저 티샷을 한 박찬호는 이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김형성과 박재범을 누르고 오너의 기회를 한 번 더 잡았다. 마지막으로 15번홀(파4)에서 티샷을 먼저 쳤다. 이 홀에서는 김형성이 버디를 해 오너를 빼앗겼다.
이날 박찬호는 동반 플레이를 한 김형성과 박재범과 함께 인터뷰에 나섰다. 공식적으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품격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대회가 어떤 건지, 매너, 야디지 북 보는 법, 볼 마크하는 것 등 하나하나 연습라운딩 때 배웠다. 배운 것을 다 해보려고 노력했다. 정말 고맙고 감사했다. 기부하고 싶은 마음도 이 선수들 때문이다. 선수들이 멘탈, 기량 등을 볼 수 있었던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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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지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박찬호가 "두 프로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형성은 "방해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상황이었지만 전반 홀 플레이가 굉장히 좋았다. 첫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340야드 치는 걸 보고 놀랐다"며 박찬호를 치켜세워줬다. 그러자 박찬호는 "잘 안 맞은 건데 그게 멀리 간 것인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떤 뒤 "내가 40야드 정도 더 나갔으니, 자기들이 300야드 친 걸로 하려고 한다"고 놀리기도 했다.
인터뷰가 10분 이상 진행되자 취재진 쪽에서 "지금까지 말씀 많이 하셨는데…"라며 다음 질문을 했다. 여기서 박찬호의 투머치 토커다운 모습이 나온다. 오히려 괜찮다는 몸동작을 하며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말해 폭소가 터지게 했다.
한편으로는 박찬호의 골프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박찬호 조의 이름으로 3000만원을 쾌척하는 통 큰 면모를 보여줬다. 향후 본인처럼 아마추어 선수들이 초청받았을 때 써달라는 의미에서 기부를 했다.
프로 선수들을 향한 존경심도 빼놓지 않았다. 박찬호는 "3오버, 4오버, 5개 넘게도 치면서 자포자기하게 되더라. 프로님들도 보기도 하고 버디 놓치면서도 굳건하게 다음 홀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프로 정신이구나'를 느꼈다"고 박수를 보냈다.
박찬호에게 있어 KPGA는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이번 대회에 나와 KPGA와 친구가 된 느낌"이라며 "친구는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지내고 싶은 존재다. 골프라는 스포츠에 대해 조금 늦게 알게 됐지만 정말 빨리 친해졌다. KPGA와 골프는 앞으로 더욱 친해지고 싶은 존재다. 'KPGA 군산CC 오픈'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 KPGA 관계자 여러분들께 고맙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2라운드 종료 후 인터뷰에 나선 박찬호, 김형성, 박재범(오른쪽부터)./사진=K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