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증거금 81조 몰렸다…관계사도 놀란 '역대급 청약전쟁'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4.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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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ET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기하는 투자자들/사진=뉴스1SKIET 공모주 청약을 위해 대기하는 투자자들/사진=뉴스1


"날마다 기록 경신 아닌가. 흥행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5월11일 상장을 앞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공모청약 열풍을 지켜 본 SK 그룹 관계사 관계자의 말이다. 증시 데뷔를 앞둔 SKIET가 공모 과정에서 역대급 기록들을 다시 쓰는 과정을 지켜보는 그룹 계열사들 사이에서도 감탄이 흘러 나왔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IET의 공모 청약에 몰린 증거금은 80조9017억원을 기록해 지난달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록했던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63조6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SKIET는 이미 청약 첫 날이던 전일 22조1594억원의 증거금 기록을 세워 신기록 돌파를 예고했었다. 양일간 진행된 청약에서 최종 경쟁률은 288.17대 1을 기록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기관 경쟁률 1883대1을 기록했는데 이는 코스피, 코스닥을 통틀어 사상 최고 경쟁률이었다.
그룹에서는 이제 SKIET의 상장 당일 시가총액 순위가 어디까지 올라갈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SKIET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7조5000억원이지만 상장 첫 날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기록)'을 기록하면 시가총액은 단숨에 19조5000억원까지 튄다. 현재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시총이 25조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SK(주)의 시총은 약 20조원이다.

SK 그룹 한 관계사 관계자는 "여러 배터리 기업들에 납품한단 이유로, 시장에서 요즘 반응이 뜨거운 배터리보다 오히려 '더 좋은 주식'일 수 있단 평가가 영향을 준 듯하다"며 "먼 미래를 바라보는 바이오 주식에 견줘 보더라도 SKIET는 제조기업 특성상 당장 기대되는 수익이 비교적 분명하단 점도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SKIET는 전기차용 배터리 필수소재인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을 제조하는 곳이다. 배터리 소재업체로서 소위 요즘 '잘나가는' 배터리 기업들을 고객들로 뒀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 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도 고객사로 갖고 있는 것이다.

품질 측면에서도 공고한 '톱티어' 업체란 평가다. SKIET는 지난해 프리미엄 시장인 '티어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26.5%로 1위를 달성했다.

현재의 수급구조상 배터리 기업이 부품사임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체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갑'이라면 SKIET는 '갑 오브 갑'인 셈이다. 실제 노재석 SKIET 대표도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시장에서 습식분리막을 만드는 회사가 배터리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어, 현재 우수한 분리막회사에 가격결정권이 있음을 언급했다.


2019년초 3억6000만㎡ 규모였던 SKIET 생산능력은 현재 10억3000만㎡로 2년만에 약 3배 증가했다. 현재 폴란드와 중국에서 증설 중인 공장이 모두 완공되는 2024년에는 27억3000만㎡로 늘어난다. 이는 매년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약 273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관계사들이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우리사주를 받을 수 있는 SKIET 임직원들이다.

규정상 SKIET 우리사주로 배정된 물량은 전체 공모주식(2139만주)의 20%인 427만8000주다. 우리사주 공모총액만 4500억원에 달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 수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되는 218명이다. 인당 약 21억원의 물량 청약이 가능하단 뜻인데 개인이 이 정도의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부족해 업계에선 실권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으로 봤다.

SKIET는 공모 청약 결과가 공시되는 5월 초까지는 우리사주 실권주 수량을 공식적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사의 직원은 "SK이노베이션이 임원 이하 일반 직원에 대해 '단일 직급' 체계를 도입해 기존 사원, 대리, 과장, 부장 등 직급을 없애고 PM(프로페셔널 매니저)을 도입하면서 직급 간 물량 차등의 정도가 세분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일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영끌(영혼을 끌어모아)'해 청약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저연차 13~15억원, 중간급 23~25억원, 팀장급 30억원으로 물량 한도가 형성됐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사주조합 배정 주식에 한해 1년간 매도가 제한되기 때문에, 차익실현을 노리고 줄퇴사하는 경우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퇴사할 경우 보호예수 의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당분간 급팽창할 것이기에 SKIET에 준비된 호재도 앞으로 더욱 많을 것"이라며 "주주는 물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도 회사가 성장성과 꾸준한 기업가치의 상승을 입증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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