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지켜보자 파하고 버디하고! 박찬호, 긴장감을 즐겼다

스타뉴스 군산=심혜진 기자 2021.04.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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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홀에서 티샷하는 박찬호./사진=KPGA2번홀에서 티샷하는 박찬호./사진=KPGA


'코리안 특급' 박찬호(48)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총상금 5억원) 첫날 강풍으로 고전한 끝에 80대 스코어를 적어냈다. 그럼에도 위트를 잊지 않았다.

박찬호는 29일 전북 군산의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총상금 5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1개, 보기 8개, 더블 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묶어 12오버파를 쳤다. 156명 참가 선수 가운데 152위, 최하위권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을 거두며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로 활동해온 박찬호는 이번 대회에서 KPGA의 추천 선수로 대회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아마추어 골퍼인 박찬호는 아마추어 선수 추천 조건 중 하나인 공인 핸디캡 3 이하 조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프로 선수들과의 경쟁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찬호는 한 홀, 한 홀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전반을 보기 3개로 막으며 3오버파로 마친 박찬호는 후반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10, 11번홀 연속 보기로 시작한 박찬호는 13번홀(파3)부터 17번홀(파3)까지 트리플 보기 1개와 더블 보기 1개, 보기 3개로 무너졌다.



마지막 홀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 러프로 갔지만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잘 올렸다. 그리고 7m 퍼팅을 성공시켜 자신의 KPGA 코리안투어 첫 버디를 만들어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박찬호는 경기 소감을 야구로 비유했다. 그는 "안타와 볼넷을 많이 내준 뒤 5회를 넘기긴 했으나 2아웃 잡고 강판당한 심정이다"며 "마지막 18번홀 버디는 타자들의 도움으로 역전 승리를 차지하고 패전을 면한 기분이었다. 경기는 이겼지만 나의 투구는 좋지 않았던 내용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인생처럼 마음대로 안 되는 게 골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이날 대회에 앞서 스릭슨투어(2부리그) 4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모두 예선 탈락한 바 있다. 2부 투어이긴 하지만 대회 경험이 있어 괜찮을 줄 알았지만 1부 투어의 벽을 실감했다고. 그는 "코스가 다르다. 2부 리그에서는 벙커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그린에 안착했을 때는 버디를 잡을 수 있다는 설렘, 파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1부 투어에서는 코스가 산 넘어 산이었다. 난이도가 상당했다. 파3 홀도 멀고 어려웠다. 무엇보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프로 선수들은 벙커에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치는데, 나는 벙커에 안 들어가기 위해 쳤다. 그만큼 매니지먼트가 달랐다"고 되돌아봤다.


역시 박찬호는 쇼맨십이 좋은 선수다. 긴장감을 즐길 줄 안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재진들이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는 홀은 제한되어 있다. 1번홀과 10번홀 티박스, 9번홀과 18번홀 그린에서는 직관이 가능하다. 특히 전반 마지막 홀인 9번홀(파5)에는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있었다. 18번홀 그린도 마찬가지. 박찬호는 9번홀에서 2m 파 퍼팅을 성공시킨 뒤 어퍼컷 세리머니로 팬 서비스를 했다. 18번홀에서는 7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화려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이에 박찬호는 "9번홀과 18번홀 그린에 많은 기자분들이 계시더라. 9번홀 그린에 올라가면서 '그래, 나는 쇼를 하러 온거지, 뭔가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퍼팅을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들어가서 너무 좋았다. 마지막 홀 버디도 기자분들이 계시니 '하나(버디) 하고 마무리하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내일은 매 홀 기자분들이 따라다니시면 계속 버디를 할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를 발판 삼아 2라운드에서는 첫날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했다. 그는 "기대해달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 12오버파 쳤으니 내일은 10오버파를 쳐 보겠다. 버디 2개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1라운드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박찬호./사진=KPGA1라운드 후 공식 인터뷰에 나선 박찬호./사진=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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