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6월부터 '디지털화폐' 실험…비트코인과 뭐가 다를까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유효송 기자 2021.04.2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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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모의실험을 시작한다. 아직 가상환경에서의 실험이지만 한은은 CBDC가 실험을 마치고 현실에서 발행될 경우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자산(암호화폐)들을 일부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6월부터 내년 1월까지 CBDC가 통용되는 가상환경을 구축해 실전 모의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컴퓨터 가상환경에서 CBDC의 제조, 발행, 유통, 환수 등 중앙은행의 업무가 제대로 작동하는 지 확인하는 모의실험을 할 예정"이라며 "이후에는 다른 금융기관이나 IT업체들과 함께 유통과정에서의 송금, 대금결제 등 서비스 프로세스를 실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CBDC가 뭐길래…"계좌·카드도 필요없는 현금없는 사회 앞당긴다"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CBDC는 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지금의 '현금없는 사회'가 민간금융기관이 현금 보관·지급역할을 대행해 가능한 것이라면 CBDC는 금융기관의 역할까지 개인이 할 수 있도록 만든다. 화폐를 은행계좌에 보관하는 대신 개인고유의 블록체인 지갑에 보관하고, 카드결제 대신 지갑 간 전송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돼 진정한 의미의 현금없는 사회가 된다는 의미다.



2008년 프로그래머 사토시 나카모토가 개발한 비트코인도 도입 취지는 이와 같았다.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도 송금·결제 등 경제활동을 하고, 블록체인 기술로 소멸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화폐기능을 하도록 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가치담보 기관이 없어 액면가가 급변동했고 화폐로의 기능은 퇴색되고 있다. 이에 중앙은행이 액면가·가치를 담보하고 블록체인 기술로 화폐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게 CBDC다.

CBDC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지난해 10월에는 베이징, 선전, 쑤저우, 청두 등 도시에서 CBDC인 디지털위안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시범사업 발행 규모만 3억달러(약 3300억원)에 달한다.

그밖에 스웨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관련 실험·연구에 착수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 66개 중앙은행 가운데 86%가 CBDC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IS는 "세계 중앙은행의 20%가 3년 내 CBDC를 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발행전제는 아니다"…CBDC, 가상자산 수요 잠재울까
2017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쇼핑몰에 비트코인 간편결제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스12017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쇼핑몰에 비트코인 간편결제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스1
한은은 "모의실험이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CBDC는 현금없는 사회, 금융비용 감소, 통화·재정정책 효율화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침해, 민간은행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 위기 등 단점도 공존하고 있어 상용화를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한은은 CBDC 연구·실험을 가속화하면서도 실제 발행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만약 CBDC가 발행된다면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자산들의 입지에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CBDC를 어떤 목적, 어떤 형태, 어떤 구조로 발행하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CBDC가 발행되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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