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빛난 비은행... KB·신한, 年 순익 '4조 시대' 예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1.05.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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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빛난 비은행... KB·신한, 年 순익 '4조 시대' 예고


1분기 나란히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한 KB·신한금융이 연간 순이익 4조원에 도전한다. 초저금리에 의한 은행 부진에도 비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리딩금융 수성과 탈환 경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증권정보 사이트 FN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KB금융이 올해 4조1344억원, 신한금융이 3조9777억원 순이익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 금융지주의 한 달 전 연간 순이익 기대치는 KB금융이 3조7534억원, 신한금융이 3조7167억원이었다. 그러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시현을 계기로 예상 수준을 큰 폭으로 높였다. 신한금융의 경우 4조원을 미세하게 밑돌지만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의견을 내지 않은 몇몇 증권사 리포트가 대기 중이어서 전망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두 금융그룹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건 비은행 부문 덕택이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1분기의 경우 KB의 경우 비은행 순이익이 6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6% 늘었다. 전체 순이익의 48.6%를 차지했다. 사상 최고 비중이다. 신한금융도 마찬가지다. 비은행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3.8% 증가한 6200억원을 기록하면서 이익 기여도가 48.1%에 이르렀다.



두 그룹 모두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 수수료 수익, '보복소비'와 비용 절감에 따른 카드사 실적 개선이 주효했다. 금리 상승 같은 이벤트가 없다면 이 같은 현상이 연중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된다. 은행과 비은행이 상호 보완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신한의 경우 지난 2월, 2020년 실적 결산 컨퍼런스콜에서 노용훈 재무 부사장(CFO)이 "기초체력을 근거로 보면 올해 분기당 1조원 이상 순이익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연간 순이익 4조원 시대 개막을 예고했다.

실적 성장의 또 다른 축은 인수합병(M&A)이다. KB는 푸르덴셜생명, 신한은 오렌지생명 등을 각각 인수하며 분기 순이익 1조원 틀을 잡았다.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을 통한 확장 전략은 유효하다. 이환주 KB금융 재무 부사장(CFO)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M&A 등 현금 유보에 대한 필요성이 여전하다"며 이를 고려해 중간배당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은 주가 상승 요인인 동시에 주주 환원을 위한 재원 증대를 의미한다. 금융그룹들은 이미 중간배당을 약속한 상태다. 목표는 연말을 포함해 배당성향 30% 이상이다. 익명의 금융지주 관계자는 "당국의 개입이 없다면 모든 금융지주들이 상반기 기준 배당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체로 지난해 말 실적을 기준으로 배당성향 30% 안팎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리딩금융 패권 다툼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돌발 변수만 없다면 포트폴리오나 실적 안정성 등에서 두 금융그룹간 우위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국내외 M&A에 더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컨센서스만 놓고보면 KB금융이 2년 연속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예단은 이르다. 2018년 이후 2년 연속 1등을 차지하던 신한이 지난해 선두 자리를 내준 결정적 배경이 사모펀드 보상 손실이었던 만큼 올해는 이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회계상 반영될 손실은 최근 배상 결정을 받아들인 라임 CI펀드(최대 700억여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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