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베일 벗은 이건희 상속안, 지분 배분 왜 빠졌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오문영 기자 2021.04.28 11:00
글자크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줄 맨 오른쪽)이 2012년 7월28일 런던올림픽파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경기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윗줄 맨오른쪽) 등 가족들과 관람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사진=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줄 맨 오른쪽)이 2012년 7월28일 런던올림픽파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경기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윗줄 맨오른쪽) 등 가족들과 관람하고 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사진=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28일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 상속을 두고 1조원 규모의 사회환원과 감정가만으로도 3조원에 달하는 미술품 기증, 12조원 이상의 상속세 납부 방안만 공개하고 세간의 최대 관심사인 주식 배분 비율은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두가지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유족들끼리 주식 배분 등을 두고 막판 합의가 진행되면서 사회환원 등의 방안을 먼저 발표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상속세법에 따르면 세무당국에 상속세를 신고한다고 해서 유산 분할비율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족들끼리 합의하지 못했다면 일단 법정 상속비율이나 잠정 합의대로 상속하는 것으로 신고한 뒤 최종 합의에 따라 수정 신고를 하면 된다. 유족들이 좀더 시간을 갖고 충분히 분할 비율을 논의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회환원 방안을 공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핵심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월 구속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재판을 치르는 와중에 충수염까지 앓는 상황이 겹치면서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유족들끼리 큰 이견 없이 정리되고 있어서 발표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식 상속의 경우 대주주의 지분 변동에 대한 공시 규정도 합의 이후 5일 안에 공시해야 한다고만 규정할 뿐 합의를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달 30일 상속세 신고 이후에 공시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 등은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20.76%)에 대해서도 대주주 변경신청 기한인 지난 26일 지분 배분 합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 회장의 뒤를 이을 대주주를 특정하지 않은 채 이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4명이 지분을 공유하는 내용의 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30조원' 베일 벗은 이건희 상속안, 지분 배분 왜 빠졌나
재계 또다른 인사는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대로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 등 법인이 상속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만하기 때문에 유족들이 지분 배분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일단 공유하는 것으로 신고한 뒤 나중에 법인 상속으로 진행하게 되면 유족들이 상속세를 환급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포석으로는 유족들이 이 회장의 마지막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이날 상속 방안의 초점을 사회환원에 맞췄다는 분석이 거론된다.

감염병 극복 등에 출연하는 1조원의 사재 환원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 등 2만3000여점에 달하는 전례 없는 대규모의 미술품 기증은 재계 1위 그룹 총수 일가로서도 공들인 결단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 회장이 사회 전반에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가 자칫 유족들의 상속자산 비율 등에 대한 관심에 묻힐 수 있다는 점을 두고 유족들은 물론, 삼성그룹 실무진들도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안팎의 추정치로 13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이 고민거리로 떠오른 상황에서 내린 결단인 만큼 이병철 창업회장 시절부터 지켜온 '사업보국'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기 위해 발표시기와 범위를 조율했을 수 있다. 사회환원 기금 1조원은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단체의 사회 출연액을 통틀어도 국내 최대다.

유족들이 상속세 신고 기한인 이달 30일보다 이틀 앞당겨 상속 방안의 일환으로 사회환원 규모를 밝힌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로 분석된다.

2010년 7월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발표되는 순간 IOC 위원이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 회장, 이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대한빙상연맹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2010년 7월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발표되는 순간 IOC 위원이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 회장, 이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대한빙상연맹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