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그림자 지운 S-OIL…5년 만에 '최대실적'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4.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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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그림자 지운 S-OIL…5년 만에 '최대실적'


국내 정유업계 4인방 중 첫 실적 발표자로 나선 S-OIL(에쓰오일·S-Oil (76,800원 ▲1,400 +1.86%))이 순조로운 첫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가 빚은 '적자의 늪'에서 제대로 탈출하는 모습이다. 에쓰오일은 시황 회복세에 힘입은 것은 물론 고부가 제품 생산량을 극대화한 전략이 제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분기에도 호실적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선 6292억원, 매출액은 2.8% 늘어난 5조3448억원이라고 27일 밝혔다. 당기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선 3447억원이다. 분기 영업이익 기준 2016년 2분기(6408억원) 이후 최고 실적을 냈다.



에쓰오일의 이번 실적은 영업이익 기준 시장 기대치를 두 배 가까이 웃돈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일 기준 에쓰오일 올해 1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5조3515억원, 영업이익 3409억원이었다.

각 사업부문별로도 모두 흑자를 달성하는 등 고르게 개선됐다.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이 매출액 3조7974억원, 영업이익 3420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은 매출액 1조211억원, 영업이익 983억원을, 윤활기유 부문은 매출액 5263억원, 영업이익 1889억원을 기록했다.



호실적 배경으로는 우선 재고 평가이익이 꼽혔다. 2800억원의 재고 평가익이 발생했는데 이 중 2500억원 가량이 정유부문에서 발생했다. 제품 수요 회복도 뒷받침됐다. 회사 측은 "정제마진은 코로나19 영향이 계속되며 약세를 지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주요 제품인 휘발유와 경유 마진은 글로벌 백신 접종 영향으로 수요 회복세를 보여 지속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눈에 띈 것은 윤활기유 부문이다. 전세계 견조한 수급상황에 힘입어 윤활기유 수익성이 큰폭으로 늘었다. 윤활기유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10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35.9%에 달했다. 회사 측은 "울산 공장 최대 가동률을 지속해 수익성 높은 제품 생산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호실적 배경으론 2018년 완공된 신규 석유화학 복합시설인 RUC(잔사유 고도화시설)/ODC(올레핀 하류시설)의 가동 효과가 본격적으로 시현되는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 RUC, ODC는 초창기 운전 과정에서 파악한 개선점과 운영 경험을 반영해 지난해 3분기 대규모 정기보수를 완료한 이후 줄곧 최대 가동률을 유지해오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RUC/ODC 운영이 안정되면서 '석유에서 화학으로' 혁신 전환에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 회사의 수익 구조도 바꿨다"고 말했다.

특히 에쓰오일의 1분기 주요 설비 가동률은 94.4%~99.8%에 달했는데 이는 높은 시설 경쟁력에 있단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호실적 분위기는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회복과 코로나 백신 접종 확산 및 드라이빙 시즌 시작에 따라 운송용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이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소비진작 정책, 자동차, 가전, 포장재 섹터 수요도 좋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석유 제품 또한 세계 각국에서 경쟁력 없는 설비들의 폐쇄가 늘고 있어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실적 자신감에 신규사업에도 가속도를 붙인다.

에쓰오일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확보키 위해 RUC/ODC 프로젝트를 잇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샤힌(Shaheen·매) 프로젝트는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현재 프로젝트에 대한 경제성 검토를 진행중이며 향후 이사회 최종 승인시 바로 착공,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회사 측은 "내년 하반기에는 최종 투자 의사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본격적인 자금 수혈은 2024년 이후 있을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주요 시설은 원유를 석유화학 물질로 전환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를 원료로 연간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그리고 고부가가치의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하는 올레핀 다운스트림인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시설로 구성된다.

한편 에쓰오일은 지난해 말 새 성장전략 '비전2030'을 제시해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정유, 석유화학, 윤활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연료전지,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중이다.

올해 3월에는수소경제 핵심인 차세대 연료전지 기업 에프씨아이(FCI)에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FCI는 한국과 사우디 합작법인으로 40여 건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특허를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연료전지 전문기업 솔리드파워와 한국 및 해외시장에 적합한 제품 개발을 위해 협업하는 등 다양한 기업 및 연구기관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에쓰오일이 수소연료전지 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투자를 토대로 에쓰오일은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소 산업 전반 사업 진출을 계획중이란 설명이다. 이를 위해 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협력을 통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과 액화수소 생산, 유통 사업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서울 시내 복합 수소 충전소 도입을 검토중이며 버스, 트럭의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관련 업계가 추진중인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에도 참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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