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운송은 멈췄지만…해운주 주가는 "잘 나가요"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1.04.28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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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해상 운임이 최고치를 찍으며 제2의 화물대란 우려까지 나오자 해운주 주가가 뛴다. 전문가들은 해운주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좋은 성적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27일 국내 대표 해운사인 HMM (15,720원 ▼30 -0.19%)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50원(1.80%) 오른 3만6800원으로 거래 마감했다. 장중에는 3만76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26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9.7% 뛰었다.

1년전 3000원대였던 HMM은 한 해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올해 초 1만6550원대로 시작한 주가는 현재 120% 상승했다.



화물을 운송할 배가 부족할 정도로 증가한 물동량 때문이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미주, 유럽향 컨테이너선 운임도 크게 뛰었다.

최근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 확대로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한 수출량이 급증했다. 지난 3월에만해도 화물대란은 수에즈 운하 봉쇄 여파 등으로 인한 단기 이벤트로 인식됐는데 해운 운임 강세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업계 측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은 지난 23일 기준 2979.76,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각 280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표 벌크선사인 팬오션 (4,135원 ▼125 -2.93%)도 상승세다. 이날 팬오션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0원(0.54%) 오른 7470원에 거래 마감했다. 지난 26일엔 장중 7690원까지 급증해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해운주 중 하나인 대한해운 (1,877원 ▼40 -2.09%), 태웅로직스 (3,205원 ▼15 -0.47%) 도 전 거래일 대비 각 1.21%, 7.52%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컨테이너와 벌크 운임이 10년내 최고치를 찍었다며 해운주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하고 비중확대를 추천했다. 상승세인 운임을 따라 해운주 모멘텀도 지속된다는 입장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주, 유럽, 아시아, 중동 가릴 곳 없이 모든 지역의 운임이 상승했는데 수에즈 운하 사고와 같은 외부 변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기대 이상의 수요와 선사들의 절제된 공급기조, 코로나19에서 비롯된 병목현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운임 상승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건 그만큼 수급 펀더멘털 자체가 좋다는 해석 밖에 남지 않는다"며 "단기적으로 운임 강세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해운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이익 모멘텀이 끝나지 않은 HMM은 매수를 추천한다"고 했다.

특히 HMM의 경우 정부의 선박 투자 계획 호재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2025년까지 선박 112만TEU 확보를 위한 중기 계획의 일환으로 올해 HMM의 1만3000TEU급 선박 12척에 대한 추가 발주를 지원할 예정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주지역의 효율적인 운송선박에 대한 공급량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도움되는 투자"라며 "2025년까지 시장 대비 2배 정도 선대투자를 더 늘려 시장점유율 1%포인트 확대도 계획돼 있다"고 분석했다.

팬오션의 경우 증권가의 목표주가가 8000원대까지 상향됐다. 최고 목표가인 9300원을 제시한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흥국 경기 개선과 인플레이션이 야기하는 벌크 물동량 증가로 추세적인 주가 상승을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급격한 BDI 변동이 해운사 이익에 오히려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벌크해운사가 시황변동의 수혜를 입기 위해선 시황의 변동과 해운사의 포지션이 일치해야한다"며 "화물 운임을 먼저 확정하고 선박의 용선료는 나중에 결정하는 사이 운임이 급등하면 오히려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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